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드라마 ‘하얀거탑’에서 명인대 외과과장 장준혁 교수는 수술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의료소송에 휘말렸다. 드라마는 현재 법정공방 중이다. 과연 장 교수는 환자에게 배상을 해야 할까?
평소 복부에 통증을 느끼던 K씨(56ㆍ여)는 2001년 겨울 동네 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결과 직경 1㎝의 조기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K씨는 좀 더 정확한 진찰을 받기 위해 국내 소화기질환의 권위자로 불리는 유명 대학병원의 내과 과장 A씨를 찾았다.
A씨는 전공분야 학회장을 맡는 등 그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 받는 명의(名醫)였다. A과장 역시 K씨를 조기위암으로 진단하고 수술을 권했지만, K씨는 개인사정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하다 병세가 악화하자 이듬해 3월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A과장은 내시경 수술로 암을 제거했지만, K씨가 과거 진찰 당시보다 병세가 진행돼 암세포가 전이됐을 가능성을 간과했다. A과장은 수술 다음날 조직검사 결과 절제면 가장자리에서 암 조직의 흔적이 발견됐음에도 정밀 진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K씨는 수술 한 달이 지나도 심한 복통이 계속되자 초음파 검사를 받았고 림프절과 복막에 암 전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다.
K씨는 결국 진행성 위암3기 판정을 받고 위장 전부와 소장 일부 등을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은 뒤 “의사가 정밀검사를 하지 않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못 받았다”며 A과장과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21일 “의사가 초기 판단을 과신, 1차 수술 후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A씨와 병원은 함께 K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수술 후 K씨의 지속적 복통 등 진행성 위암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고 정밀검사를 시행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며 “보다 정확한 진단과 진료를 기대하고 찾아온 K씨가 제때 합당한 진료를 못 받은 데 대한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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