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2시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 대강당. 38명의 고교생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의 주제곡 ‘인생의 회전목마’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객석에서 선율에 따라 고개를 흔들고 있는 이들은 근육병을 앓고 있는 이 병원 환자와 그 가족들. 단원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은 이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금세 치유하는 듯했다. 하울의>
이날 공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기로 소문난’ 외고 학생들이 준비한 무대. 지난해 8월 대원 대일 명덕 명지 외대부고 한영 등 6개 외고 재학생 38명이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모여 만든 ‘외고연합 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오케스트라는 김민주(18ㆍ외대부고 2)양이 대입 준비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낸 제안으로 결성됐다. 김양은 “모두 바쁜 학생들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지원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4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입단 대기자 명단까지 만들어야 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고 말했다. 한 달 가량 온라인 회의를 가진 이들은 “취미활동에 그치지 말고 보람된 일을 하자”는 목표를 정했고 이번에 첫 공연을 연 것이다.
바이올린을 맡은 박형규(외대부고 1)군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모였는데 이렇게 봉사활동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며 “더 많은 고교생들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이 전통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몸을 실은 이다빈(14)군은 공연을 본 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형, 누나들이 만들어줬다”며 고마워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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