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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존 레논과 UCC, 그리고 이미지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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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존 레논과 UCC, 그리고 이미지 선거

입력
2007.02.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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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과 이미지 선거'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독자는 '존 레논과 노무현 대통령' 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2002년 대선 때 크게 반향을 일으켰던 '노무현의 눈물'이라는 TV광고의 배경음악이 바로 비틀즈의 존 레논이 부른 '이매진(Imagine)'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했으면 "노 대통령 눈물에 넘어가 오천만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고, 감성과 이미지 선거로 출범한 지금 정권 때문에 나라가 엉망이지 않느냐"고 주장할까.

'이매진'의 가사는 무신론 무정부주의 반전 등을 찬양하지만, '노무현의 눈물'이라는 TV광고를 보고 감동한 사람이 과연 그 가사에 매료되었던 것일까? 아마 노 대통령 본인도 무정부주의적 내용까지 있는 노래라는 것을 알았다면, 쉽게 그 노래를 선거에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가사보다는 노 대통령의 소위 '서민 이미지'와 눈물,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맞는 '이매진'의 가락이 절묘하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TV광고가 힘을 발휘했다면, 요즘 선거에서는 UCC(User Created Contentsㆍ이용자 제작 콘텐츠)의 위력이 대단하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의원과 오바마 의원도 UCC ??문에 곤욕을 치렀다.

힐러리 의원은 지난달 27일 아이오와 유권자들과 미팅을 시작하기 전 미국 국가를 함께 불렀는데 음정이 아주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 모습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오르면서 조회수가 단 이틀 만에 80만건이 넘어, 힐러리 의원은 국가도 제대로 못 부르는 대통령 후보라는 이미지가 구축될까봐 전전긍긍했다는 것이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테러와 동일시하는 미국에서 인터넷 매체인 인사이트는 오바마 의원이 유년시절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학교에 다녔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를 폭스뉴스 등 유력 매체들이 인용보도해 파문이 커졌지만, 사실 확인 결과 오바마 의원은 이슬람과는 무관한 공립학교를 다녔다는 것이다. 이렇게 UCC가 대선후보의 이미지에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대선 예비후보자들이 UCC 사이트에서 좋은 개인채널 번호를 할당받기 위해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미지와 감성에 의존하는 정치의 폐해만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노변정담'으로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고자 노력한 것, 드골 대통령의 TV를 통한 '강력한 프랑스' 이미지 구축, 덩샤오핑 주석이 양쯔강을 수영으로 건너면서 건재하다는 이미지를 과시했던 것 등은 모두 긍정적인 이미지 정치의 예다.

이미지에만 의존하는 정치인이 국가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재앙이겠지만, 본인의 이미지와 국민의 감성을 무시하는 지도자도 문제일 것이다.

이번 대선이 이미지 선거가 아닌 공약 중심의 매니페스토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유권자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함께 그러한 정책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후보에게 더욱 끌린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본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본인의 이미지와 어울리면서도 과학적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약속하는 후보가 진정 필요하다. "나는 너를 싫어한다. 왜 싫어하는지 모르지만 너를 싫어한다"는 '펠 박사의 법칙'이 이런 대선 후보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ㆍ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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