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 국회의원 아저씨가 TV에 나와 주몽이 부여를 떠나는 심정으로 열린우리당을 탈당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아저씨는 졸본으로 가신다고 했다. 그럼, 아저씨가 송일국이란 말이십니까, 묻고는 싶었지만 전화번호를 몰라 차마 그럴 순 없었다.
탈당의 고뇌를 가볍게 무화시킬 정도로 주몽은 인기 있다. 아내 옆에 앉아 몇 번 그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이건 뭐 한 삼 주 안 보다가 다시 봐도 스토리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 위기에 빠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해결되고, 빠지지 않아도 될 위기에 스스로 빠졌다가 방송시간 종료까지 계속 인상만 쓰고 앉아 있다.
드라마를 끝내야 할 시점에서 끝내지 못해 생긴 결과이다(시청률과 광고에 대해 더 말해 무엇하랴). 그냥 가늘고 길게, 갈 때까지 가는 것이다. 정치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은퇴할 시점을 찾지 못한 채 버럭버럭 고함만 쳐대는 정치인들을, 나는 몇몇 알고 있다.
TV뉴스에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서 스스로 위기를 만들어내는, 연장방영된 주몽들. 제발, 졸본으로 가주시라. 드라마야 정 때문에 볼 수도 있지만, 정 때문에 뽑힌 정치인이란 말은 모욕에 가깝지 않은가. 이래저래 안쓰러운 연장방영들이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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