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이란의 우라늄농축 중단 시한인 21일을 넘기면서 미국의 이란 공격설이 부상하는 등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측은 북핵 6자회담과 유사한 방식의 외교적 해법을 추구한다면서 공격설을 부인했다.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이란 공격계획의 실재 여부를 묻은 질문에 “북한핵 문제에 있어 (6자회담을 통해) 외교의 성공을 입증했는데 이는 우리가 이란에 하려는 것과 똑 같은 방법”이라며 6자회담과 같은 다자적 방식을 통한 이란 핵 위기의 외교적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스노 대변인은 나아가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외교적 채널을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유럽 및 러시아, 중국과의 외교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북한핵 문제의 경우처럼 핵심 당사국에 직접적인 이해와 영향력이 있는 나라들이 개별국가와 국제사회 모두에 유익한 타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노 대변인은 이어 이란에 대한 공격설은 소문일 뿐이며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다.
미국이 베이징 6자회담에서의 ‘2ㆍ13 합의’를 성공사례로 내세우면서 이란에도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일단은 이란에 대한 협상 메시지로 해석된다.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한다면 6자회담 결과로 북한에 주어지는 것과 유사한 정치, 경제, 외교적 보상이 이란에도 제공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미측은 6자회담 방식의 원용을 강조함으로써 대 이란 협상에 참여해온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3국과 러시아, 중국 등이 보다 통일된 입장을 보일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6자회담에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나 대 이란 협상에서는 중국, 러시아 등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이란을 충분히 압박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미국은 다만 이란과의 다자 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서 ‘7자 회담’등과 같은 새로운 대화틀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해온 대로 직접 대화를 거부한 채 유럽 3국을 통한 대리 협상을 계속할 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
또 미국은 이란 공격설을 부인하면서도 이미 예고한 대로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를 20일 중동해역에 진입시키는 등 무력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스테니스호는 이날 호위전단과 함께 오만해에 도착, 이미 배치돼 있는 항모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호와 합류, 이라크 등에서 작전중인 지상군을 지원하고 현지 해역에서 해상보안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스테니스호의 추가 배치를 이란에 대한 신호라고 경고한바 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핵시설 뿐만 아니라 주요 군사거점도 모두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도 현지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포함한 군사훈련을 실시중이며 이란 군 지휘관들은 훈련에 동원된 무인 비행기들이 미 해군을 공격할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한편 이란은 이날 서방국가들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면 이란도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미 백악관은 “그것이 진지한 제의라고 보느냐”며 일축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를 받은 뒤 대이란 추가제재 결의안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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