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低) 기조를 바꾸기엔 금리 인상폭이 너무 낮았다.
21일 당초 예상을 깨고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만에 이뤄진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인상(0.25%포인트)으로 일본의 금리는 연 0.5%가 됐다. 그러나 엔저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흐름을 막는데는 역부족이다.
금리를 올렸다고는 하지만 이자율이 낮은 일본에서 엔화로 자금을 빌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외국 자산에 투자하는 국제금융시장의 추세를 청산하기에는 아직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너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소식에 국제금융시장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의 원ㆍ달러 환율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직후 잠시 출렁거렸지만 이내 안정을 찾으며 전날 종가 수준인 93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ㆍ엔 환율은 오히려 장 중 한때 100엔당 780원 선이 위협 받는 등 엔 약세가 이어졌다.
한국은행 외환담당자는 "엔 캐리가 사라지려면 일본 금리가 현재보다 2~3%포인트는 더 인상돼야 하는데, 올 상반기에는 더 이상 추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며 "결국 엔저 현상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이나 증시 수급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출자한 국제금융센터(KCIF)도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일본은행이 수 차례 금리를 인상해도 주요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임을 감안할 때 엔 캐리의 급격한 청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로 일본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 그 차이가 4.75%포인트나 된다.
올 한해는 엔저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 이후에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외환은행 이상배 선임딜러는 "현재 미일 간 금리 격차가 크지만, 앤 캐리 투자자들이 대부분 단기투자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현재 보다 0.5%포인트 더 인상해 일본금리가 1%대에 올라선다면 앤 캐리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안에 일본은행의 2, 3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본금리가 올해 안에 1%대로 올라설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올해 원ㆍ엔 환율이 100엔 당 760원~820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도 "이번 일본의 금리인상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이 일본의 긴축정책 시행의 신호인 만큼 악재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 예상한 범위내의 인상인데다 중장기적으로는 엔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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