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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훈 감독 “독립영화 타이틀이 관객과 멀어지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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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훈 감독 “독립영화 타이틀이 관객과 멀어지게 해”

입력
2007.02.2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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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다. 그리고 불편하다.” 저예산, 혹은 독립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인식이다. 영화를 ‘즐길 거리’로만 찾는 대중 앞에서 ‘예술’을 하는 감독은 늘 외롭다.

민병훈(38) 감독도 그런 감독이다. 영화를 통해 그가 내뱉는 언어는 추상과 은유, 인간 존재에 대한 갈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들어줄 사람 없는 그의 목소리는 메아리 없이 공허했다. 그럼에도 다시 메가폰을 잡는 것이 감독의 숙명일까.

민 감독의 세 번째 작품 <포도나무를 베어라> (영화공간)가 22일 개봉했다. 데뷔작 <벌이 날다> (1998)가 평단의 극찬 속에서도 “폭삭 망하고”, 미개봉작 <괜찮아, 울지마> (2001)가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는 터라 <포도나무> 의 개봉을 맞는 민 감독의 감회는 남달랐다.

민 감독은 “영화는 예술이고, 우리는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투자에 대한 수익도 제대로 못 내면서 관객들의 입맛만 획일화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거대 자본에 의해 영화의 다양성이 상실되는 현실에 분노를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민 감독은 <포도나무> 를 “절대로 저예산, 독립영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예술영화들이 그런 꼬리표 때문에 소수의 마니아들만 보는 영화가 돼 버리는 현실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듯했다. 예술영화 전용관을 두고 CGV의 7개 스크린에 힘겹게 <포도나무> 를 거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는 “주어진 예산을 갖고 한 씬 한 씬 최선을 다해 촬영했다”며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로 평가받고 싶다”고 관객의 호응을 기대했다.

<포도나무> 는 번민에 빠진 가톨릭 신학생의 피정(避靜) 생활이라는 낯선 소재로 인간의 근원적 두려움과 구원의 가능성을 천착한 영화. 종교와 인간 존재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포도나무> 는 영화 속 대사처럼 “깃털처럼 가볍게”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푸른빛이 도는 회색과 갈색의 공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영화는 주인공 수현(서장원)의 내면 속으로 천천히 관객을 인도한다. 그러나 관객들이 응시하게 되는 것은 인간적 고민에 빠진 한 신학생의 갈등이 아니라, 인간이란 존재가 내동댕이쳐진 근원적 고독과 불완전의 빈 공간이다.

영화평론가 문학산씨는 “대중의 입맛보다는 관객과의 진실한 대화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지만 결코 지루함의 미학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상업영화가 주는 상투적 재미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정신의 양념이 가미된 신선한 맛을 음미하게 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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