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때 경기 광주시 선영으로 성묘를 갖던 이모(45)씨는 깜짝 놀랐다. 초월읍 늑현리 선영 주위의 온 산이 잘려나간 나무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울창하던 산이 민둥산이 돼버린 것이다. 이씨는 아름드리는 못되지만 너덧 뼘 둘레는 족히 될 만한 잣나무 소나무들이 파쇄기로 들어가 순식간에 톱밥으로 변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들었다.
경기도내 산림이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 수종인 참나무는 ‘참나무 시들음병’으로 죽어가고 있고 소나무 잣나무는 남부지방에서부터 올라온 재선충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광주시에서 잣나무 재선충 감염목이 7그루 발견된 데 이어 지난 15일 남양주시에서도 1그루가 발견됐다.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된 적은 있지만 잣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된 게 확인된 것은 경기도에서 처음이다.
특히 최근에 산림청 항공 예찰 결과 가평군 60그루, 포천시 6그루 등 66그루의 고사목이 발견돼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재선충 감염목이 확인되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70여그루를 모두 없애야 한다. 지금까지 재선충이 나타난 발생지역은 7.7㏊, 방제면적은 27㏊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통보된 고사목의 70∼80%에 대해 분석한 결과 재선충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일부 위치추적(GPS) 착오로 확인이 안 된 곳이 남아 있지만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하는 재선충 특성상 감염목이 발견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록 추정이긴 하지만 남양주 호평동의 경우처럼 목재의 이동을 통해 재선충이 확산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가능성이 높다. 광주시는 확인 결과 308그루가 감염목이라고 판단하고, 주변 2만3,432그루의 소나무 잣나무를 파쇄, 소각처리했다.
경기도는 이같이 산림이 초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도로변 4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목재 이동을 검사하고 있지만 일일이 검사하기에는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 동안 병충해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참나무류에 시들음병이 발병한 것도 충격적이다.
지난해 경기도에는 고양시 7만2,196그루, 성남시 1만4,091그루, 하남시 2만591그루, 광주시 1만7,383그루 등 15개시군에 걸쳐 모두 14만6,000그루가 시들음병에 감염돼 이중 상태가 나쁜 3만여그루가 베어진 뒤 훈증처리됐다. 경기도는 올해 더 이상의 확산방지를 위해 6만그루를 베어내는 한편, 매개충 이동철인 5∼8월 329㏊에 걸쳐 방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활엽수와 침엽수의 대표적인 수종들이 현재 병충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최근 유사수종으로 병충해가 확대될 수 있어 조사를 확대하라는 지시가 있어 감염목 조기발견과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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