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10조원 이상의 주식을 내다팔고도 정작 올해 배당잔치에서는 더 두둑해진 현금 보따리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한 ‘2006년도 12월 결산법인 현금배당결정 중간집계 현황’에 따르면 16일 현재 현금배당 결정을 공시한 코스피 상장기업 204개사로부터 외국인 투자자가 받는 배당총액은 4조4,451억원. 지난해 3조2,127억원에 비해 38.36% 늘어났다. 이는 전체 배당총액이 같은 기간 6조8,196억원에서 8조5,540억원으로 25.43% 늘어난 것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증가율이다.
외국인이 이처럼 많은 배당금을 받는 것은 이들이 투자대상 선정에서 배당을 국내 투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데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경영진이 받는 배당 압력도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외국인 배당총액이 많은 상위 10위 기업은 내국인 몫을 포함한 배당금 총액 순위에서도 하나금융지주(11위)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위 10위 권에 포함됐다. 시가배당률(배당금이 배당기준일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부문에서도 상위 5위 안에 든 기업 중 한국쉘석유(65.31%) 외환은행(78.82%) GⅡR(63.20%)은 20일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었다.
외국인들이 두둑한 현금배당을 챙긴 데는 지난해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순이자 마진 증가, 보유주식 매각 차익 등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은행들의 고배당도 톡톡히 한몫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50원에서 올해 800원으로 무려 1,500%나 늘렸으며, 국민은행도 지난해(550원)보다 5배 이상 늘어난 3,650원을 배당키로 했다. 매각을 앞두고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외환은행도 주당 1,000원의 신규배당을 실시했다. 반면 이들 3개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기업의 배당총액은 6조5,1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16일까지 배당이 결정된 상장기업의 현금배당 총액은 전년 대비 15.39% 늘어난 3,449억원을 기록했다. 배당금 총액은 아시아나항공이 262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동서(205억원) GS홈쇼핑(192억원) CJ홈쇼핑(16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시가배당률 부문에서는 현금인출서비스 업체인 한네트가 6.40%로 수위에 올랐으며, 한일단조(5.77%) 한국기업평가(5.70%) 유아이디(5.66%) 오리콤(5.40%) 경남스틸(5.40%) 동양에스텍(5.39%) 등도 5%가 넘는 고배당을 결정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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