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이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공무원 및 시민단체, 언론 등 104개 기관ㆍ단체를 대상으로 3월까지 공무원 연금 개혁에 관한 의견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참으로 한가하고 어이없는 계획이다.
1월 초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공무원연금 제도 개선 건의안을 이미 행자부에 냈는데 무슨 의견 조사를 왜 또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3월 중에 공무원 노조와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와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사회적 논의기구'를 발족시키겠다는 대목에 이르면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한 마디로 개혁 의지의 실종이거나 의견 수렴과 조사와 논의로 시일을 끌자는 발상으로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각계 의견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는 이미 구체적 개선 방안을 공무원연금발전위에 제출한 기관이다.
그나마 발전위 개선 건의안이라는 것이 KDI 용역안 가운데 공무원에게 유리한 부분만 간추리고 짜깁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KDI에 무슨 의견을 다시 묻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이런 식이니 행자부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공무원연금 개혁 의지가 없다는 힐난까지 받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원래 작년 말 정부안을 마련해 올 상반기 중으로 입법화를 끝낸다는 것이었는데 박 장관이 취임하면서 슬금슬금 물타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하기야 공무원 조직을 유별나게 배려해온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이 끝나야 공무원 연금 개혁이 가능하다"는 말까지 한 마당이니 행자부만 탓할 일도 아니다.
국회가 개혁 법안을 내고 통과시키기를 기대해 보기도 하지만 정당이 주도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공무원이라는 결집력 강한 표밭을 적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지금 안 되면 아예 못 받는다는 식으로 엄포 놓듯이 밀어붙이던 정부가 공무원연금 문제에 대해서는 마냥 미적거리고 뭉개고만 있다. 대체 어떻게 하자는 심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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