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 두 토막은 모두 배우 장동건의 입에서 나왔다. 늘 한수 위인 친구 유오성에게 불쑥 던진 "내가 니 시다바리가…"라는 적의에 찬 푸념과, 유오성이 보낸 자객에게 난도질 당한 뒤 단말마처럼 내뱉은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절언(切言)이다.
이 대사가 어필한 것은 영화의 두 번째 주연 장동건의 터프하면서도 고뇌와 시샘 많은 다중적 캐릭터를 절묘하게 표현한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주제를 요약한 "우리 친구 아이가"라는 대사가 거듭 나오지만 각별한 감동은 주지 못했다.
■ 그러나 정작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한 대사는 유오성의 법정진술이다. 친구의 살해를 지시한 뒤 오랜 도피와 방황 끝에 자포자기 하다시피 체포된 그는 살인교사 혐의를 추궁하는 심문에 예상과 달리 "예, 제가 시켰습니다"고 선선히 자백, 하수인들과 함께 사형선고를 자초한다.
조폭 생리에 얽매인 탓에 서로 우정을 저버리고 친구의 목숨마저 앗았으나, 마지막 순간 구차한 구명 대신 나름대로 의리를 택한 셈이다. 이게 그의 캐릭터를 상징했지만 할리우드 마피아 영화와 달리 한국적 정서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이기도 했다.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선거법위반사건 재판에서 위증을 교사했다는 전직 비서관의 폭로가 논란을 불렀다. 여기에 엉뚱하게 조폭 영화를 떠올린 것은 닮은 구석이 있어서가 아니라 한국과 할리우드 영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스토리에 세상이 떠들썩한 것이 우스워서다.
한국이라면 하수인들은 혼자 처벌 받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의리를 지키는 척 할 것이고, 할리우드라면 죄를 감하는 조건으로 보스의 범행 교사를 증언할 법 하다. 이 전직 비서관은 스스로 자신과 옛 보스를 고발하고 나섰으니 해괴한 것이다.
■ 그는 "정직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폭로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굳이 처벌을 자초하면서 정의를 실현하려는 뜻으로 보기에는 과거와 현재 행각이 도무지 미덥지 않다.
그는 이 전 시장의 선거법위반을 폭로했다가 도피자금을 받고 외국으로 달아났었다. 이어 귀국해 함께 유죄판결을 받은 뒤에는 다시 배려를 요구, 갈등을 계속한 듯 하다.
후보 검증의 중요성에 비춰 그가 어떤 인물인가는 대수롭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폭 영화 캐릭터보다 못한 인물들에게 대선 국면의 사회가 휘둘리는 사태가 되풀이된다면 사회 구성원들이 먼저 부끄러워 할 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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