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20일 “북핵 관련 베이징 6자회담에서 도출한 ‘2ㆍ13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며 “모든 것이 북한의 핵 포기 의사에 진정성이 있는 지에 달려 있는데, 이 진정성은 아직 진실의 시험대에 오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2일 개성공단 방문을 위해 19일 방한한 페리 전 장관은 이 날 오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가 북핵 폐기 과정에서 협상의 결렬 요소로 등장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간담회엔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국 대사 등이 배석했다.
-2ㆍ13 합의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더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 있다. 북한은 아직도 게임 중인 지도 모른다. 실제 이행 단계로 접어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 합의를 도출했다는 성취감에 빠져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5자간 연대가 약해지는 상황을 유의해야 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대북 강경노선으로 돌아 갈 수도 있나.
“앞으로 60일간 어떤 진전이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미 의회가 대북 에너지 제공을 승인할 가능성은.
(보스워스 전 대사) “지난 의회 때보다는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북한이 합의를 얼마나 잘 이행하고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계속 임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의 대북 레드라인(한계선)이 핵 비확산으로 바뀐 것인가.
“아니다. 미국 대북 정책의 변하지 않는 뿌리는 북한의 비핵화이다.”
-미국의 이라크 정책 실패가 대북 정책에 영향을 끼쳤나.
“답할 수 없다.”
-부시 정권이 북한과의 평화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나.
(보스워스 전 대사)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도 전에 미국이 대북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안 된다.”
-지난 해 6월 한 기고문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대에 대한 선제 공격론을 주장했는데.
“그 글의 목적은 6자 회담 당사국들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다. 북한에 ‘위험한 모험을 중단하라. 실제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은 필연적으로 선제 공격을 할 것이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중국엔 대북 압박 필요성을 강조하고, 미국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라는 이야기였다.”
_한국 대선 주자들에게 북핵 관련 조언을 한다면.
“5자간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장 유념해야 한다. 또 선거 캠페인에 반미 감정을 이용하지 말라는 점을 강조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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