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영국의 J.S.밀은 그의 저서 '경제원론'에서 "아무도 가난하지 않고 아무도 더 부자가 되길 원하지 않으며 자신이 더 잘되기 위하여 남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인간 본성에 있어 최선의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가장 이상적인 체제는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이라고 설파하였다.
산업혁명 직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심했던 당시 영국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자로 통했던 그가 정의로운 적정분배에 집착하고 번민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불행하게도 그의 고민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해도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 발표를 보면 최근 3년 연속 소득 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가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에 빈부격차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부는 과잉을, 빈은 결핍을 제각기 확대 재생산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양극화라 부르며 요즘은 잘 사는 사람 20% 대 못사는 사람 80%라 하여 '2080 현상'이라 일컫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제 그런 위험을 우려하고 있는 우리는 더는 '2080'이 '1090'으로 번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전한 사회적 합의와 다양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우리 주변에 만연된 과도한 욕망과 탐닉을 억제하고 줄이려는 자각과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주위를 한번 살펴보자. 힘센 나라는 약한 나라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욕망 때문에 지구촌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다국적기업과 거대자본은 약육강식을 무한경쟁 논리로 치장하여 영역 확장에 여념이 없으며 국토의 과잉개발은 심각한 환경 손괴와 부동산 투기 열풍까지 몰고 왔다. 이러한 분란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도에 넘치는 욕심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무엇보다 가진 사람들이 먼저 욕심을 줄이고 지나침을 경계해야 한다. 분수를 지켜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의 크기가 늘어나면 없어서 서럽고 외로운 소외의 양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것이야말로 정의로운 분배의 첫 걸음이다. 그래서 '2080'이 '3070' 혹은 더 나아가 '4060'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할 때다.
밀의 말대로 적정분배와 공정경쟁이 조화롭게 살아 숨쉬는 이상향에 한 발짝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서로 배려하고 돕는 공동체 의식의 확산을 통해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의 이념과 원리'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최덕규 농협중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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