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들이 ‘명품 학생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공계를 중심으로 ‘학생별 맞춤 지도’ 등 영재를 영재답게 키워내려는 갖가지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명문대들은 우수한 신입생을 받아들여 평범한 졸업생으로 내보낸다는 사회적 비판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명품 학생’을 내세워 좀 더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영재급 학생을 위한 특별 교과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자연대는 2학기부터 이들이 기초과목을 건너뛰어 고급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명예 프로그램’(Honor Program)을 시행키로 했다. 최상위권 30명은 학부 때부터 대학원 수준의 연구 활동에 집중, 일반 학생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자부심을 갖고 영재 교육에 나선다는 점에서 이름도 ‘명예’라고 지었다.
서울대는 ‘자기 맞춤형’ 전공제 도입도 논의 중이다. 기존 학과의 틀을 깨고 학생이 지도교수와 상의해 특화한 전공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정해진 틀에서는 ‘박제된 천재’가 되곤 하는 영재들의 특성을 고려했다.
연세대는 2003년부터 ‘우수학생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신입생 10여명을 선발해 1학년 때부터 ‘차별 교육’을 한다. 대학원생처럼 교수가 일대일 특별지도를 한다. 능력이 최대한 계발되도록 전공선택, 학사관리 등에서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장학금 지급, 교환학생 선발에도 우선권을 준다.
능력에 비춰 불필요한 강의 수강을 면제해 주는 제도는 여러 대학에서 도입하고 있다.
포스텍은 2004년부터 수학 물리 화학 지구과학 전자계산 등 1학년 기본과목 5개에 대해 특별시험으로 학점을 인정한다. 포스텍 관계자는 “응시 인원 중 절반 정도가 합격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한국과학영재학교 졸업생들에 한해 고교 수강과목을 제한 없이 면제, 25~28학점의 불필요한 과목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혜택은 고육지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영재급 학생들이 외국 대학으로 향하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국내 명문대가 더 이상‘대학 간판’만으로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지 못하게 됐다는 위기감이다. 실제 국제올림피아드대회 수상자들의 국내 대학 진학률은 31%로 해외 유명 대학(34.5%)보다 뒤진다.
연세대 홍종화 교무처장은 “뛰어난 학생들을 우리 학문을 짊어지고 나갈 후속세대로 키워나가는 게 궁극적 목표”라며 “학업성취도나 발전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좋은 만큼 좋은 결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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