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회담에서 이뤄진 ‘2ㆍ13’합의를 계기로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미 외교에 대한 비판론의 직접적 타깃이 되고 있다.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통한 금융제재 등 대북 압박 정책이 주조를 이루던 지금까지의 상황에서는 미국의 북핵 외교에 대한 비판은 강경파인 딕 체니 부통령 등에게 집중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라이스 장관의 주도로 북핵 외교가 협상 국면으로 접어 들었기 때문에 라이스 장관은 명실공히 협상에 대한 권한도 있고, 책임도 지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체니 부통령을 거치지 않고 직접 라이스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음이 보다 확연해진 상황에서 라이스 장관은 앞으로 실패했을 경우, 더 이상 체니 부통령 등의 ‘방패막이’뒤에 숨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런 측면에선 공화당 강경파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2ㆍ13 합의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라이스 장관에게는 큰 부담이다.
민주당 소속 칼 레빈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와 관련, 이번 북핵 합의를 ‘일정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아직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에 대해선 모르고 있으며 그 비밀 프로그램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며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무기 처리 문제도 이번 합의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따라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역할을 중시해 온 ‘라이스 외교’는 초기 이행조치가 이뤄지는 60일 이후에 후속 합의가 이뤄지느냐 여부에 따라 다시 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와 함께 라이스 장관의 외교는 중동 문제에서 보다 더 큰 시련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북핵 문제 등에선 최근 상원 인준을 받은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담당 차관보에게 많은 부분을 맡기고 중동문제에 힘을 쏟을 것임을 밝혀 온 터라 중동에서의 실패는 바로 라이스 장관의 성적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스 장관은 19일 예루살렘을 방문,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3자회담을 벌였으나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외에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회담 후 공식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고 라이스 장관은 회담내용을 기자들에게 간략하게 설명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회담장을 떠났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