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의 성적 접촉에 집착하는 정신질환인 ‘로리타증후군(소아기호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린이 연쇄 성폭행범의 형량을 낮춰준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0일 여자 어린이 12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 받은 이모(3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따르면 13세 미만 강간죄로 5년 복역했던 이씨는 출소 후 6개월만인 2005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9~13세 여아 12명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 피해자들은 자폐증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이씨는 아파트와 상가 근처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범행을 일삼다 붙잡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구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범행 당시 소아기호증 탓에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했다”며 징역 15년형으로 감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소아기호증에 다른 심신장애가 더해진 경우엔 재론의 여지가 있다”며 “그러나 범행을 뚜렷이 기억하는 등 당시 심신장애 수준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단순히 소아기호증이 있다는 사실만으론 감형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 로리타증후군은 미성년자인 로리타에게 병적인 성적 욕구를 느끼는 중년 남성을 다룬 미국 소설 <로리타> 에서 나온 말로 10대에 대한 성적 집착 등을 나타내는 변태적 심리를 가리킨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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