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환율 압박으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수출주들이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KOSPI) 사상 최고치 돌파를 목전에 둔 상황이어서 수출주의 선전이 지속된다면 증시의 강한 상승세를 이끌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침묵에 이은 단기적 관심 증가일 수 있는 만큼 추세 전환을 확신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20일 증시에서 대표적 수출주 중 하나인 현대차는 1.4% 오른 7만2,600원으로 장을 마감, 4일째 상승 곡선을 그렸다. 1월 10일 6만3,500원을 저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4일 연속 상승, 한달 만에 60만원을 회복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모두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눈에 띈다.
수출주의 움직임은 그간 수출경쟁력 악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원화 강세가 서서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지난 주 후반부터는 원ㆍ엔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서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100엔 당 76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ㆍ엔 환율은 현재 780원을 넘어섰다.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환율에 긍정적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21일까지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현재 0.25%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데다 이 같은 성장의 바탕이 민간소비와 기업투자에 있었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엔화 강세로 인해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수출 관련주에 호재가 된다.
함성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분석상 낙폭이 컸던 자동차와 반도체, 건설 등이 단기 저점을 확인함과 동시에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수출주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원ㆍ엔 환율의 영향도 일부 있지만 금융주나 조선 등 대부분의 업종에 비해 기술주와 자동차주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데 따른 ‘키 맞추기식’ 순환매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이들의 본격 상승은 아무래도 하반기는 돼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도 “수출주가 상승추세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일부 외국인들 사이에 대내외 환경 변화를 이유로 긍정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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