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씨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박근혜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이씨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힘껏 노력할까." "박근혜씨가 후보가 되면 이명박 캠프 인사들이 귀순하여 박씨에게 충성을 바칠까." "손학규씨는 맨땅에 헤딩하는 모습으로 두어달 남은 경선을 그냥 맞을 것인가."
● 제1당이 아니라 한국의 '유일 정당'
사흘간의 연휴가 끝났다. 단골 메뉴였던 '노설(盧說ㆍ노무현 대통령 이야기)'은 지난 추석을 전후로 완전히 사라져 있었고 동시에 정치적 관심도 크게 줄어 있었다. 서너 명의 반응이나마 얻으려면 한나라당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을 먹게 돼 있는데 누가 어떻게 전리품을 챙길까 정도였다.
대선을 10개월 앞둔 대한민국에 정당이라고는 한나라당 뿐이었다. 원내 제1당이 아니라 유일 정당이었다. 일본의 자민당처럼 될 것이라는 분석과 북한 노동당 같다는 농담도 있었다.
노 대통령의 뱃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마저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을 99%라고 했다. 대통령이 '반(反)한나라, 비(非)수구'를 향해 "진보도 달라져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며 '진보다운 진보는 다 모여라'고 선창한 시기였다.
임기 내 국민연금 개혁의 가능성을 반반으로 잡은 그의 낙관성에 비춰보면 현재 여당의 존재감이 0%라는 얘기다. 그의 말에 다른 의도가 없지 않겠지만 최근 민심의 동정을 그런대로 읽고 있는 셈이다.
차기 대통령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는 크게 이명박 45%, 박근혜 20%, 손학규 5%, 모르겠다 2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의 '공천'만이 문제라는 의미다.
'노 대통령과 그 주변'을 싫어한다는 70%(45%+20%+5%)의 국민을 나눠 놓은 셈이다. 왜 싫으냐에 따라 이ㆍ박ㆍ손씨의 지지도가 희망사항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민의 살림살이를 망쳐서'가 45%일 것이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지 않아서'가 20% 정도이며 '진실성이 없어 보여서'가 5%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한나라당 3인의 후보 주자, 특히 이씨와 박씨의 대립이 '공천 경쟁'으로 보기 곤란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 치열한 내부경쟁이 튼튼한 대외 후보를 만들 수 있다거나, 서로를 검증하되 상처를 입혀선 안 된다는 말들이 무색하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그렇게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사자는 차치하고 양 진영 간에 적의가 노출되고 있으며, 앙금도 쌓여 지난날 여야의 알력 이상이 됐다.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면 결코 대선에 나설 수 없는 현행법 규정은 경선에서의 사생결단과 불공대천을 예고하고 있다. 경쟁과 알력만이 아니다.
서로의 인식과 정책이 같은 당의 그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손씨까지 포함하면 3인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과 탈당파, 탈당파와 민주당, 민주당과 노동당의 차이보다 작아 보이지 않는다.
● 관심은 한나라당의 분리 여부에
3인의 지지자 누계인 75%의 공감대는 한나라당 승리보다 현 정권의 패배에 모아져 있다. 그렇기에 '경선 불복은 있을 수 없다'고 외치고 있지만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주문이지 스스로의 다짐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씨나 박씨, 심지어 손씨까지 "내가 당내 경선에서 지면 상대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적극적인 약속을 한 경우가 있는가. 다만 (내가 이길 것이니) 경선에 진 당신들은 당을 깨고 나가면 안 된다는 소극적 발언만 하고 있다.
고향에서 만난 '반(反)노무현' 사람들에게 "당신의 한나라당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했을 경우 그를 꺾은 후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운동에 나서고, 찬성 투표를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들 역시 3인의 후보처럼 "반드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될 거야" 정도로 답변을 흐리고 있었다. 이번 설의 정치적 민심은 '한나라당도 찢어지지 않으려나?'하는 관심이었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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