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는 20일 자녀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도록 한 민법 조항 등 성차별 요소가 있는 법제도에 대해 관련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선욱 법제처장은 ‘2007년 주요업무계획’에서 “성차별 조항 360여개와 장애인 차별 조항 상당수 등 불합리하거나 사회변화에 맞지 않는 법제도를 적극 발굴해 개선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며 “이달 말까지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정비대상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한 민법 781조의 경우 남녀평등 이념에 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란이 제기돼 최근 법무부에 의견 조회를 했다. 법무부는 이달 말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무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부모의 협의나 자녀의 판단에 따라 부모의 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여성가족부는 2005년 성차별 법제도를 연구해 개선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이 방안도 검토했으나 파장을 우려해 최종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제처는 개선 여부 검토 대상에 이를 포함시켰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민법 조항이 예외 없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개정 민법(2008년 시행)에서는 원칙적으로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되 부모가 혼인 신고 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한 경우와 아버지가 외국인이거나 아버지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예외를 두도록 하고 있다.
현행 형법에서 성매매 알선죄(음행매개)와 혼인빙자 간음죄의 처벌대상을 각각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에게 성 관계를 알선한 자’(242조)와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속여서 성 관계를 한 자’(304조)로 규정한 것도 법무부가 관련 부처와 개선을 검토 중이다.
여성부는 “‘음행의 상습이 없다’는 것은 순결을 지키려 하거나 최소한 성생활이 문란하지 않은 경우를 말하는데 이런 여성만 보호대상으로 하는 것은 순결에 대한 부당한 강요이고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라며 법제처에 개선을 요구했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