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념ㆍ노선ㆍ정책 등을 기준으로 재편될 수 있을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 진영을 비판하면서 노선 논쟁이 벌어지는 데다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개혁 성향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여권 후보설이 꾸준히 거론되면서 이념 기준으로 정치권 새판 짜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노선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간의 갈등이 격화하는 것도 정당 재편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과거 우리 정당 구도는 지역과 인물을 중심으로 짜여졌지만 앞으로는 노선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1990년 3당 합당으로 군부세력과 민주화세력이 결합한 것을 계기로 여야 정당 모두 노선 상으로‘비빔밥 정당’의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번에는 비슷한 색깔을 가진 정치인들이 한 데 모이는 개편이 이뤄짐으로써 ‘3당합당 체제’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재편 움직임에 대해선 평가나 전망이 다르다.
기존 우리당의 경우 ‘중도진보’(김근태계ㆍ친노그룹 중심의 우리당)와 ‘중도’(김한길ㆍ강봉균 그룹의 통합신당모임), ‘진보’(천정배 의원 중심의 민생모임)로 분화했지만, 탈당파 사이에서조차 인식의 차이가 분명하다.
민생모임의 최재천 의원은 “정체성에 따라 분화한 뒤 경쟁하면서 국민 지지를 받는 그룹이 신당 창당을 주도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통합신당모임은 우리당과의 정책적 차이보다 노 대통령 비판에 주력하고 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본적 분화는 이뤄진 셈”이라며 “대선과 총선이 임박해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이 지금보다 이념과 노선 중심으로 더 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권이 손 전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통합모임의 전병헌 의원은 “손 전 지사는 근본적으로 한나라당과는 피가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으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남의 당 후보를 빼가기 위한 술책”이라고 반박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손 전 지사는 중도 이미지에 가장 가깝지만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손 전 지사의 위치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분열 등 상황 논리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 시장측과 박 전 대표측의 검증 공방을 한나라당 내 노선 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정치학 교수는 “보수 원류로서의 위치를 재확인하려는 박 전 대표측의 계산된 공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복잡한 흐름이 대선 직전에 어떤 모습으로 귀결될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범 여권은 통합신당 추진을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한나라당은 ‘빅3’가 함께 대선을 치러내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지만 상황은 가변적이다.
시민사회세력 모임인 ‘창조한국 미래구상’의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정치권이 보수와 중도진보, 완전 진보 등 3개로 나뉘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과 범여권 통합신당, 민주노동당 등 세 갈래로 나눠지는 구도를 선호했다.
정치권 재편 논의는 무성하지만 금년 대선 전에 노선에 따른 정당 분화가 분명히 드러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대선에서는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노선 분화가 어느 정도 일어날 것이고, 노선에 따른 정당 재편은 대선이 끝난 뒤 내년 4월 총선 과정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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