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스스로 만복(萬福)을 잡으려고 예정일보다 사흘이나 늦게 태어났나 봐요.”
정해년(丁亥年) 음력 1월 1일인 18일 0시0분, '황금돼지의 해'의 진짜 첫날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난 아기는 딸이었다. 서울 중구 묵정동 제일병원에서 산모 유정선(27)씨와 남편 김태범(30ㆍ회사원)씨 사이에 태어난 아기(3.09㎏)는 자연분만인데도 0시0분에 맞춰 정해년 첫 아이로 기록됐다.
남편 김씨는 예정일(15일)을 3일이나 넘긴 채 꼬박 20시간이나 산고를 겪은 아내에게 "말문이 막혀 그저 고생했다는 말밖에 못했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김씨는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해 더 바랄 게 없다"며 "주위에서 황금돼지의 해 첫 아기라며 축하해 줬지만 솔직히 산모의 진통이 한시라도 빨리 끝나길 바랐다"고 말했다.
산고를 말끔히 잊은 듯 연신 미소를 잃지 않던 엄마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간호사 출신인 유씨는 "허니문 베이비인데 별다른 태몽을 꾸지 못했다"며 "아이가 태어날 날짜를 스스로 결정할 정도로 야무지니 자신의 운명을 당당히 개척하는 전문직 여성이나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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