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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마을' 전남 무안군 죽산 4리/ 기금 모아 세운 어르신 찜질방 "새벽 3시 땔감 구하러 나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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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마을' 전남 무안군 죽산 4리/ 기금 모아 세운 어르신 찜질방 "새벽 3시 땔감 구하러 나서죠"

입력
2007.02.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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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모시기 하믄 우리마을이 질(제일)이여.” “세상에 이런 마을이 또 있을 라고~, 노인한테는 천국이여.”

설 연휴 끝 날인 19일 오전10시께 전남 무안군 일로읍 죽산4리 도장포 마을 앞마당. 200년이 넘는 먹구수나무를 에워싸고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마을 자랑에 여념이 없다. 이 마을 주민들은 설(18일)을 맞아 고향을 찾은 자식들을 위해 돼지를 잡으며 잔치 준비에 신이 났다. 마을 이장 이만종(69) 씨는 “일터를 찾거나 자녀 교육을 위해 20, 30대들이 대부분 도시로 떠났지만 적적하지 않다”며 “우리 마을에는 어르신을 모시는 효의 정신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장포 마을은 100여명의 주민 중 60여명이 60대 중반에서 80년 후반의 노인들이다. 나머지 40명도 대부분 40대와 50대 중장년층이다. 30대 이하 젊은 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 마을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했다. 주민끼리 오순도순 살아가는데다 객지에 나간 자녀들의 효성이 지극해 전국에서 효도마을로 칭송이 자자하다. 전통 유교관이 확고한지라 지금까지 ‘남녀칠세부동석’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노인들은 더 높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훈훈한 정과 덕담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노인 공경에 만사를 제쳐두고 적극 나선다. 좁은 농로를 따라 마을에 들어서면 붉은 황토색 건물인 찜질방이 눈에 띈다. 20평인 찜질방은 마을 주민들이 논 1,500평과 밭 900평을 경작해 얻은 소득 등 450만원을 모아 지난해 4월 건립했다. 이 이장 등은 새벽 3시에 일어나 목포나 인근 공사판을 돌며 땔감을 구해 32명의 할머니들의 휴식공간인 찜질방을 운영하고 있다. 찜질방은 유교관 때문에 모여서 얘기할 곳도 마땅치 않은 할머니들이 매일 하루를 보내고 휴식을 취하는 금남(禁男)의 장소다.

할아버지들의 휴식공간은 찜찔방 건너편의 마을회관이다. 27명의 할아버지가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장기를 둔다.

이 마을은 1년 중 60일이 공동 생일날이다. 주민들은 노인 60여명이 생일을 맞으면 잔칫상을 마련해 주고 흥겨운 한마당 놀이판을 벌인다. 이 마을 최고령인 김양금(87) 할머니는 “마을 주민 모두가 어른들을 공경하니 젊은이들이 없어도 마을이 활기가 넘치고 한 가족 같아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설날에는 마을이 한껏 달아올랐다. 올해에도 고향을 찾은 자식들과 손자들을 위해 주민들은 전과 떡을 준비하고, 돼지를 잡아 푸짐한 잔칫상을 마련했다. 또 마을회관에 모여 모든 주민들이 단체로 어르신에게 세배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문이 나자 목포와 광주향우회 등에서는 설과 추석 명절에 생선과 한과를 보내주는 등 전국에서 성원이 답지하고 있다. 이 이장은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 가지만, 마을 주민들이 전부 다 부모를 공경하고 사이좋게 지내 살기좋은 마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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