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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만 OK, 카드는 NO" '등록금 폭탄'에 가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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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만 OK, 카드는 NO" '등록금 폭탄'에 가계 휘청

입력
2007.02.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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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최모(47)씨는 최근 서울의 한 사립대에 합격한 딸의 등록금과 입학금 420만원을 내려고 학교를 찾았다. 학교 구경을 한 뒤 교내 은행의 등록금 수납창구에 신용카드를 내밀자 직원은“현금 일시불만 받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최씨는“병원비 납부도 신용카드로 가능한데 등록금 납부는 안 되느냐”며 항의했지만 그 직원은 “학교의 정책”이라고 버텼다. 신용카드로 6개월 분납하려고 마음먹었던 최씨는 이날 오후 목돈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통하는 신용카드가 대학 등록금 수납 창구에서는 무용지물이다. 2003년까지만 해도 전국 300개 이상의 대학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한 등록금 분할납부가 가능했지만 지금 신용카드가 통하는 곳은 서울 D대와 지방 13대에 불과하다.

대학들이 현금 일시불 수납을 고집하는 것은 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숭실대 재무처 관계자는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받으면 카드사에 1.5~2%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대학의 열악한 재정을 감안하면 수수료는 큰 돈”이라고 털어놓았다.

대학들은 ‘카드사절’의 근본적 이유는 카드사의 변덕 때문이라고 공을 떠넘기고 있다. 2003년까지만 해도 각 카드사는 신입생을 자사의 신규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학과 계약을 맺어 자사 카드로 등록금을 분할 납부할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온라인 결제 대행사 네오빌 관계자는 “2003년 당시 전국 300개 대학에서 신용카드로 걷은 등록금은 한 학기 약 3,000억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수료 손실액이 한해 약 60억원 정도로 커지자 카드사들은 일방적으로 대학측에 2% 안팎의 수수료를 내도록 요구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카드사들이 지나치게 경쟁하다 손해가 커지자 동시에 수수료를 부활시켰다”고 지적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시 잘못된 정책 판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학원비 수수료 3.6%에 비하면 대학 등록금 수수료는 싼 편”이라고 생색을 냈다.

대학과 카드사가 수수료 문제를 떠넘기기 하는 사이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몇몇 대학은 카드 수납을 하지 않는 대신 등록금을 두 차례 나눠 내게 하고 있지만 수 개월 분납이 가능한 신용카드에 비하면 부담이 크다.

한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김모(26)씨는 “900만원하는 등록금을 한꺼번에 내라고 하는 것은 형편이 어려우면 대학에 다니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정부가 대학 등록금도 무조건 신용카드로 받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교육 당국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지만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내줄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신보경ㆍ이경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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