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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미지근한 평화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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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미지근한 평화 시대로

입력
2007.02.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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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정면 도전하면서 양국이 ‘제2차 냉전(cold war)’은 아니더라도 ‘미온적인 평화(lukewarm peace)’시대로 접어 들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미-러 관계가 구소련 붕괴 이후 최악이라며 양국 불신이 국제현안 대립으로 이어지는 긴장시대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양국이 유럽과 코카서스지역, 중앙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개 경쟁하고 있다며 미-러 정상이 이제까지 원활히 협력해왔던 대(對) 테러전과 핵비확산 분야도 대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북핵 6자회담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력했지만 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반발하며 중거리핵무기폐기협정 일방 탈퇴 가능성을 비치면서 대립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 또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고무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렘린이 중동과 아시아, 유럽에서 단호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가 이들 지역에서 미국 이해를 위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모스크바의 미-캐나다연구소의 세르게이 로고프 소장은 “미-러 양국이 서로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새로운 냉전을 낳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소장은 “양국이 경제ㆍ정치ㆍ군사문제에 이견을 보이며 특히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반목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다자적 해결방식이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지난 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행한 연설은 변하고 있는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세계를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며 “미국은 경제ㆍ정치ㆍ인권 등 전방위적으로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에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고 있다”고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문은 러시아 일각에서 1946년 ‘철의 장막’이란 용어를 세계에 알린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연설과 비슷한 결정적 순간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푸틴의 뮌헨 연설이 분명히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냉전은 한번으로 충분하다”는 로버츠 게이츠 국방장관의 말처럼 양국의 갈등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러시아가 국제무대에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어 냉전은 아니더라도 양국은 미온적인 평화 시대를 맞고 있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한편 미렉 토폴라넥 체코 총리는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폴란드 총리와 19일 회동한 후, 양국이 미국의 요격미사일 기지 설치 요청에 긍정적 답변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전날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이 러시아에 사전 통보 없이 폴란드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는 것을 비난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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