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잎(필명 서리)
나팔관이 핀다.
내 몸의 나팔꽃은
달을 품어서
달을 낳아서
밤에 핀다.
동글동글 둥그런 달이
중심에서 돌다가
달빛을 받으면
왈칵 유산이 된다.
죽어서 나오는 달은
아름답지 않아보인다.
어쩌면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시체일지 모르는데
달이 뜰 때마다 허물어져
죽어나오는 달을
나는 조용히 싸서 버리곤 한다.
오늘밤에도 달의 시체가 내 몸에서 낳아질 것이다.
어딘가에서도
달을 낳은 미혼모는
아픈배를 움켜쥘지 모르는 일이다.
서리의 <월경> 은 무엇보다 탁월한 인식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나팔관에서 나팔꽃의 이미지를 끌어오고, 달의 이미지를 월경으로 끌고 가는 힘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월경을 죽어서 나온 달로 바라보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시체라고 한 표현은, 월경에서 죽음의 이미지를 읽어낸 돋보이는 인식이었습니다. 특히 달은 낳은 미혼모라는 지칭으로 한 깔끔한 마무리는 시의 완성도를 더욱 깊게 해주는 좋은 구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경주 시인ㆍ글틴 시게시판 운영자 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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