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가 경제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참여정부 경제정책 평가에서 대다수인 23명이 성장과 분배 모두 미흡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정권이 약속한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모두 놓쳐버린 '잃어버린 4년'이라는 평가다.
지난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4.2%로 참여정부가 공약한 7%는 물론 잠재성장률 수준에도 못 미쳤다는 사실에서 성장의 실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분배 문제 역시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통계를 굳이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이번 설문에서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 부동산 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참여정부에 우호적이었거나 진보적인 성향의 학자들조차 이러한 평가에는 의견을 같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라는 국정 목표가 그렇듯 참여정부의 문제의식이나 방향설정에는 공감할 부분이 많다는 것은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그러나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이 더 중요한 법인데도 참여정부는 말의 성찬은 요란했지만 현실 문제들을 풀어내고 해결하는 능력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정권 초기부터 이름도 다 알 수 없는 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져 각종 로드맵을 쏟아냈는데 4년이 지난 지금 과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음 정부가 더 이상 메뉴판에 올릴 게 없을 만큼 좋은 담론은 죄다 선점했지만 정작 이를 요리할 능력은 없었다"는 한 전문가의 평가가 더 마음에 와 닿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1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동안 참여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도 분명하다. 이미 벌여 놓은 일을 수습하고 정리할 때이지, 정권 초기에나 어울리는 장기 청사진을 내놓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설문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14명이 '비전2030', '2차 균형발전계획' 등 중ㆍ장기 정책에 대해 "차기 정권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과욕을 버리고 어려운 민생 문제를 하나라도 더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1년 후 참여정부의 최종 평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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