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입주자들의 전용 공간이 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등 대형 건축물의 ‘공개공지’에 대한 설치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공개공지(公開空地)는 대형건축물에 딸린 공간으로 일반인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일종의 소공원(쌈지공원)을 말한다.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업무ㆍ판매ㆍ문화시설 등의 용도로 연면적 1,512평(5,000㎡) 이상인 건축물을 지을 경우 대지면적의 최대 10%를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개공지 이용 활성화를 위해 설치 기준을 강화한 내용의 건축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 다음달 시의회 의결을 거쳐 4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개공지 설치 장소는 ‘대지에 접합 도로 중 가장 넓은 도로변’으로 한정했다. 현행 조례에는 ‘일반인이 도로에서 접근 및 이용에 편리한 장소’로 애매하게 돼 있다. 따라서 정작 일반인에게 공개돼야 할 공개공지가 입주자들만 사용하도록 설치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가장 넓은 도로변 설치가 불합리한 경우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위치를 다른 곳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시는 또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공지 안내판’의 설치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표기는 ‘이곳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개공지(쉼터)입니다’라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공개공지가 설치된 장소마다 출입 부분에 가로 50㎝, 세로 1m 이상의 크기로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공개공지 위치와 휴게시설 등을 담은 배치도도 함께 표시해야 한다. 안내판 재질도 해당 건축물의 마감재료로 한정해 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
공개공지의 관리도 강화했다. 기존에는 유지관리기준이 없어 감독을 사실상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개공지 등을 설치한 건축물의 건축주는 건축물 사용승인신청 때 면적, 건물명, 휴게시설 등을 명시한 ‘공개공지 관리대장’을 제출해야 한다. 관할 구청장은 연 1회 이상 위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밖에도 시는 공개공지를 지하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지상에 설치해야 하지만 지하철 연결통로처럼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들어서면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주에 의해 지하공간이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 지하 부분은 최대 2분의 1 규모까지 제한했다.
시는 건축주가 법적 규모를 초과해 설치할 경우 20% 범위 내에서 용적률과 높이제한의 완화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는 달리 일부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일반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사실상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는 “이번 개정안을 수용하지 못하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조례를 소급해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570여 개의 공개공지에 대해서는 안내판 설치 등을 권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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