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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버드의 선택이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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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버드의 선택이 주는 메시지

입력
2007.02.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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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이사회는 11일 제28대 총장에 래드클리프 고등학문연구원 원장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를 임명했다. 역사학자인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하버드대 371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이자 하버드대에서 교육받은 적이 전혀 없는 두번째 총장이다. 그는 하버드대와 인연을 맺은 지 불과 6년여 만에 총장에 선임되는 영예를 얻었다.

● 하버드대 위기의 본질

하버드대 이사회의 다소 파격적인 신임 총장 선임은 하버드대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하버드대는 각종 조사에서 세계 최고라고 평가되는 명문이다.

이는 연구ㆍ교수 역량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발전기금의 액수 및 그 밖의 자료에서 현존하는 세계의 다른 어떤 대학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증명된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간 하버드대 내부에서는 대학이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이야기가 간간이 들려왔다.

위기의 본질은 역설적으로, 나날이 불어가는 천문학적인 발전기금과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에 기인한 헝그리정신의 상실이었다.

헝그리정신의 실종은 대학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시대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진리 탐구에 매진케 하기보다는 발전기금 모금과 투자 및 돈 되는 연구에만 눈을 두게 하였으며, 결국 하버드대라는 브랜드 가치의 핵심인 창조적 비판정신과 순수학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하버드대의 위기는 전임 서머스 총장에 이르러 극명해졌다. 학자라기보다는 정치인에 가까운 그는 여러가지 구설로 문제를 일으켰으며 결국 교수협의회의 탄핵 압력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필자가 만나본 경험으로도 서머스 총장은 인간에 대한 진지함이 결여된 출세 지향의 정치교수 같았으며 세계적인 명문대학의 총장에게 기대하였던 높은 학식과 덕망이 느껴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총장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하버드대 이사회는 결국 고민 끝에 21세기 전반 하버드대를 이끌 새 인물로 여성 역사학자 파우스트 교수를 선임한 것이다.

하버드대의 선택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 선택의 핵심은 '혁신'이다. 세계 최고의 대학은 위기관리에서도 역시 세계 최고였다. 변화하는 가치를 수용하여 최고의 대학으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이해된다.

최근 총장 문제로 교수들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던 국내 한 명문 사학의 사태를 보면서 하버드대의 선택이 더욱 존경스럽다. 대학 내 교수집단 사이에 벌어지는 암투는 마치 정치인들의 권력투쟁 양상처럼 양측의 폭로와 비난으로 이어질 뿐, 지성사회의 품격에 걸맞은 수준 높은 타협과 조정의 모델은 보여주지 못했다.

● 생존 위해서는 변화해야

하지만 이는 한국사회 전체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어느 사회든 정치적 갈등이 없는 곳은 없다. 명망있는 조직일수록 거기서 비롯되는 더 큰 명예나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구성원들 사이에 더욱 심한 암투가 상존한다.

이러한 갈등은 조직 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가 반영될 수 있는 '신뢰와 소통'의 길을 확보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 소통은 열린사회에서 가능하며 열린사회로 가는 지름길은 변화하려는 의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도량에 있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하버드대의 선택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용중ㆍ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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