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뉴스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시작된 대표적 계기는 미군 장갑차에 희생당한 효순ㆍ미선 양 사건의 촛불 시위였다. 관련 미군 병사가 법원에서 무죄 평결을 받자 이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조직화했다. 이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대화명 ‘앙마’의 김기보씨다.
평범한 학원강사였던 그는 인터넷 한겨레 사이트에 2002년 11월 30일 광화문에 모여 촛불시위를 하자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순식간에 ‘퍼나르기’를 통해 확산됐다.
■관련 소식을 얻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면서 포털 사이트들의 접속률은 폭증했다. 이를 계기로 포털 사이트들은 뉴스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눈을 떴다. 그 후 본격적으로 뉴스 담당인력을 충원하고 다양한 뉴스 서비스 개발에 나서게 된다. 포털 뉴스 접속은 보통 한 달에 2,200만 명 이상이다.
포털 뉴스의 매체 기능을 연구한 최신 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뉴스에 가장 먼저 접촉하는 매체는 포털 사이트가 53.9%로 월등하다. 이어 TV 30.2% 등의 순이었다. 특정 이슈에 대한 새 뉴스에 가장 많이 접촉하는 매체 역시 포털이 62.9%로 압도적이었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들은 자체 생산된 것이 아니다. 기존 언론사의 기사를 제공받아 유통시킬 뿐이다. 이 중 특정기사를 선정, 편집, 배열하는 재매개의 역할에 그친다.
그러나 이 과정에 양적ㆍ질적으로 기사의 노출빈도를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문제의 중요도와 방향을 인식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특히 댓글이라는 쌍방향 장치를 확보함으로써 뉴스의 확대 재생산을 가능케 한다. 뉴스가 시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서 나아가 시민이 미디어에 영향을 미치는 역동성을 만들어 낸다.
■인터넷 미디어의 역동성은 대선을 앞두고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령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동영상을 선거법이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한 예다. 며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방이나 흑색선전이 아닌 한 UCC를 이용한 상시 선거운동을 허용토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것은 역동성이라는 인터넷 매체의 속성을 외면하기 어려운 고민의 산물이다. 그러나 사이버 매체의 역동성은 감성과 즉흥적 사고기제로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대선에서 그 역동성이 어느 방향으로 나타날지 관심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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