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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돼지 꿈 꾸고 복권 왜 사는데 '돼지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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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돼지 꿈 꾸고 복권 왜 사는데 '돼지의 발견'

입력
2007.02.1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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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러 래스 지음ㆍ김지선 옮김 / 뿌리와이파리 발행ㆍ156쪽ㆍ값 2만5,000원

일반적으로 ‘돼지 같다’는 표현은 상대방을 모욕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돼지가 더럽고 탐욕스러움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돼지에게도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법. 돼지는 땀샘이 없어 땀을 배출할 수 없다. 따라서 무더운 날이면 흙탕물에 뒹굴어서라도 자신의 체온을 떨어뜨리려고 노력할 수 밖에.

반면 이처럼 더러운 동물이라 여기는 돼지가 꿈에 등장하면 사람들은 즐거워하며 누구나 한번쯤 로또 복권 당첨의 기대를 가져본다. 꿈 속의 돼지는 행운과 재복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돼지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은 우리 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서양에서도 돼지는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자 한편으로는 용맹스러움과 악의 표상이었다. 크레타 섬의 전설에 따르면 제우스 신은 수퇘지에게 살해 당했지만, 제우스에게 젖을 먹인 동물들 가운데에는 암퇘지가 포함돼 있다.

그리스인은 옥수수 파종기에 농사의 신 데메테르에게 돼지를 바쳤고, 인도의 힌두교 신화는 우주를 창조하는 비슈누 신의 여러 모습 중에는 수퇘지인 바라하도 있다고 본다.

책은 행운과 풍요의 상징인 동시에 온갖 욕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돼지를 탐구한다. 생물학적인 생태부터 동서양을 넘나드는 각종 신화, 역사, 문학 등에 등장한 돼지의 모습까지 사진과 삽화를 동원해 새로운 사실들을 열거한다.

저자는 먹거리로서의 기능 외에도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데 공헌하는 주체로서의 돼지도 강조한다. 특히 제약과 생명 공학 분야에서 그 역할은 막대하다.

돼지 췌장에서 추출한 인슐린은 인간의 인슐린과 화학 구조가 비슷해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큰 도움을 주었고, 1970년대 이후 수만 개의 돼지 심장 판막은 손상된 인간의 심장 판막을 대체하는데 쓰였다. 인간의 이식용 장기의 부족을 채워주는 것은 해결사가 바로 돼지라는 것이다.

책은 국립민속박물관 천진기 민속연구과장이 쓴 글 ‘한국의 창’까지 포함, 번역서가 갖는 한계를 뛰어넘는다. ‘경주 최씨 시조인 최치원이 금 돼지의 자손’, ‘소화 불량과 정신병에는 돼지 똥이 특효’ 등 각종 설화와 민간 요법들이 주는 재미는 덤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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