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물이 흘렀다고 추정돼 온 화성의 계곡에 실제로 대량의 물이 흘렀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과학자들은 2005년 8월 발사돼 화성 궤도를 선회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마스 리커니슨스 오비터(MRO)가 전송해 온 고해상도 사진을 분석한 결과 화성 협곡 ‘캔더 캐즈머’의 일부 지형이 물과의 화학적 상호작용을 통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캔더 캐즈머의 암석층에 짙고 옅은 색깔이 차례로 나타나며 그 사이에 옅은 색 암석으로 둘러싸인 절리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절리란 암석에 외부 힘이 가해져서 생긴 금을 말하는데, 특히 오랫동안 물이나 바람에 의한 침식 작용을 받았을 때 금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학자들은 “색이 바랜 암석이 절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형은 균열부 안에서 순환하는 액체와 암반과의 화학적 상호작용으로 생긴 것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물이나 액체 이산화탄소, 또는 이 두 액체가 합쳐진 것이 깊은 지하 저수대로부터 흘러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문 수석 집필자인 크리스 오쿠부 박사는 “액체가 얼마나 오래 전에 흘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형으로 보아 많은 물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있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면서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이런 곳이야말로 생물학적 과정이 진행되기에 적합한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위를 덮는 암석층의 존재는 생명체가 있었을 경우 화성의 혹독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이 지형이 발견된 곳은 탐사선이 착륙하기에는 어려운 곳으로 알려졌다. 캔더 캐즈머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협곡인 마리네리 협곡의 일부인데, 마리네리 협곡의 길이는 미국 땅 너비쯤 되며 깊이는 곳에 따라 그랜드 캐년의 7배가 넘는다.
한편 과거 유럽우주국(ESA)의 화성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도 같은 곳에서 물에 의해 색이 바뀐 것으로 보이는 광물질의 흔적을 발견했으며, NASA의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MGS)는 최근에 흐른 물이나 액체 이산화탄소로 인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도랑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 NASA는 장차 탐사 로봇을 착륙시킬 장소로 이런 지형들을 모두 검토 중이다.
NASA의 한 관계자는 “물을 찾는 것이 탐사 활동이 중심이 되겠지만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면 생명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탐사 목표에는 탄소 같은 생명체 구성 원소를 찾는 일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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