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PMP족을 아시나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PMP족을 아시나요

입력
2007.02.16 23:38
0 0

EBS는 15일 밤 긴급공지를 올렸다. 무료 동영상 강의 화질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화면 크기를 320*240 픽셀(Pixel)에서 640*480픽셀로 키웠으나, 이를 다시 없던 일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족의 거센 항의 때문. 이들은 “동영상 강의를 보려고 30만~40만원을 주고 PMP를 샀는데 화면 크기를 갑자기 바꿔 강의를 못 보게 됐다”며 “커진 화면을 보려면 50만원 짜리 새 PMP를 사야 하는데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에서 EBS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을 펼쳤고 EBS에도 하루 수백통의 항의전화를 걸었다.

컴퓨터로 동영상 강의를 보는 학생들을 위해 화질 개선을 추진했던 EBS 측의 계획은 생각지도 못한 PMP족의 집단 행동 탓에 ‘도루묵’이 돼버린 것이다. EBS 관계자는 “PMP를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PMP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PMP는 PC에서 재생 가능한 동영상 및 음악 등 멀티미디어 파일을 들고 다니면서 감상할 수 있는 기기. 최근엔 내비게이션, DMB 등 첨단 기기들까지 흡수해 다양한 기능을 자랑한다. 업계에선 지난해 여름 독일 월드컵을 전후해 PMP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작년 1년 동안 국내에서 30만대 이상 팔렸고 올해는 40만~60만대를 예상한다”며 “2005년 회사 전체 매출에서 PMP 판매액 비중은 한 자리 수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30%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PMP는 주로 10~30대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다. 특히 수험생들 사이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 중인 최힘찬(31)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시험 준비를 하다 보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PMP가 여기에 딱 맞다”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도 요즘 많이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보는 도구로 악용되는 등 폐해도 늘어가고 있다. 주부 이모(36)씨는 “초등학생 아들이 지하철에서 옆에 있던 고교생의 손바닥을 계속 힐끔 거리길래 뭔가 봤더니 야한 동영상이었다”며 “손에 들고 다니며 아무데서나 음란물을 볼 수 있다는 데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말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크게 틀어놓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과 시비가 붙는 경우도 흔하다.

중ㆍ고교생 대상의 일부 유명 온라인 동영상 강의업체는 가격이 비싼 특정 회사의 PMP 제품만 쓰도록 강요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학 신입생 딸을 둔 서모(45)씨는 “고3 때 40만~50만원 하는 PMP를 사달라고 조르는 딸과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며 “그게 꼭 필요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종일 PMP를 끼고 사는 일부 사용자들은 ‘디지털혹사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한다. 안과 전문의들은 “흔들리는 차에서 액정화면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보면 굴절 이상으로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학생 이모(24)씨는 “밤에도 불을 끈 채 PMP로 영화를 보다가 잠들 정도로 자주 이용하다 보니 아침이면 눈이 충혈되고 눈곱이 끼는 증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신보경ㆍ이경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2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