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서비스 지음ㆍ윤길순 옮김 / 교양인 발행ㆍ1,120쪽ㆍ4만5,000원
스탈린은 무지막지한 권력을 휘두른 공포의 정치가였다. 모든 사람을 겁먹게 했고 집권 이후 한번의 위기도 없이 자기 의지를 관철한 전제 권력가였다. 혁명에 함께 투신한 동료를 감옥에 보냈고 물증도 없이 잠재적 경쟁자를 죽음으로 몰았다. 공업화, 농업 집단화를 이끌면서 농민, 노동자, 정치적 반대파, 소수 민족 등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그렇다면 스탈린은 그런 냉혹한 얼굴만 갖고 있었을까.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로버트 서비스는 스탈린이 결함이 많지만 재능도 풍부한, 복합적인 정치인이라고 평가한다. 살인자인 것은 맞지만 동시에 지식인이고 작가였으며 당 지도부이자 행정가였다는 것이다. 이 책 <스탈린, 강철 권력> 은 로버트 서비스가 최근에야 서방 학자에게 공개된 모스크바 문서 보관소의 자료와 직접 만나 들은 증언 등을 근거로 시도하는 스탈린 재평가다. 스탈린,>
스탈린의 어린 시절은 폭력적인 주정뱅이 아버지 때문에 안락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그랬지만, 기독교 신앙이 두터운 어머니가 그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고 그 어머니의 뜻을 따라 신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스탈린은 뛰어난 시인이었다. 자연과 대지, 애국심을 노래해 문인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마르크스, 플레하노프, 레닌 등의 책을 접하면서 종교에 대한 헌신과 시에 대한 열정을 접는다. 세상을 달리 보는 눈을 마르크스주의에서 찾은 것이다. 혁명기의 스탈린은 소탈하고 겸손하며 친근한 동지였다. 그는 혁명에 뛰어든 뒤에도 책을 놓은 적이 없다. 감옥에서도, 유형지에서도, 내전 때 전장에서도 책을 읽었다.
누가 레닌의 후계자인지, 라이벌 트로츠키와 벌인 투쟁에서 승자는 스탈린이었다. 누구도 그가 최고 권력자가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탈린은 권력의 생리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었다. 집권 후에는 강한 적과 연합해 더 강한 적을 물리쳤고, 노회한 혁명 투사를 제거하고 대신 충성을 맹세한 젊은 인재를 주위에 끌어 모았다.
책은 공포 정치에 가려진 스탈린의 개인 면모를 드러내는 동시에, 한 개인이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며 타인의 목숨을 좌우하는 게 옳은 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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