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0,000 종의 미래를 쥐고 있는 ‘이기적 인간’이한중 옮김 / 나무와숲 발행ㆍ432쪽ㆍ1만6,000원
2002년 인간 게놈의 염기 가운데 98% 이상이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점에 주목했다. 하나는 유전병의 치료 가능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유전자 염기 배열이 조류 곤충 식물 심지어 박테리아의 그것과 같다는 사실이었다.
캐나다의 유전학자이자 환경 운동가 데이비드 스즈키는 이 중 두 번째, 즉 인간과 다른 생물의 유전자 염기 배열이 같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인간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와 유사하며 서로 매우 깊이 연관돼 있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깊이 연관된 타 생명체를 파괴하느라 여념이 없다. 집을 짓고 도로를 내고 도시를 만들겠다며 숲을 파헤치고 그곳의 동식물을 쫓아냈다.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라, 화석 연료의 사용과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시스템으로 기상 이변을 야기하고 지구를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
이 책은 그 같은 인간의 행위가 “스스로를 더 이상 자연 세계의 일부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인간은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 온 데다, 이제는 도시 환경에서 주로 살면서 자연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환상에 젖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3,000여만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거의 하루 밤에 생태계 전체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그런 위험을 걱정하기 보다는 개발과 경제 성장을 우선시한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종 중심주의적 경제 제도에 젖었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한 효용만이 세상의 모든 존재에 대한 평가의 잣대다. 이용할 수 있으면 가치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는 단순 논리다.
이 책이 가치 있는 것은, 환경 파괴의 현장을 고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자연과 인간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경제학 등 인간 중심의 생각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숙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생명 공학의 빛과 그림자를 살피고, 우리에게 생물을 착취할 권리가 있는지 질문하는 등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생각과 통찰을 담고 있다.
저자가 캐나다에서 자연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은 지금 독자의 눈으로 볼 때 참 부러운 추억이다. 저자 자신의 체험과 거기에서 비롯된 단상에 근거한 이 책은 덕분에 허황하거나 관념적이지 않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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