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죠? 일곱 살이나 어린 애가 남자로 보여요.”
연상연하 커플 얘기가 아니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거침없이 하이킥> 의 세 고교생 김범 김혜성 정일우에 대한 ‘누나팬’들의 반응이다. 요즘 이들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이들의 인터넷 팬 카페 회원숫자만 10만명을 훌쩍 넘고, 정일우는 인터넷 배우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다. 거침없이>
정해년 새해는 이런 ‘무서운 아이들’의 거침없이 질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거침없이 하이킥> 의 삼인방만이 아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보아와 문근영이 10대시절 이미 ‘국민 여동생’과 ‘한류스타’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듯이 ‘1990년생’ 박신혜는 SBS <천국의 나무> 와 MBC <궁s> 등 두 편의 미니시리즈에서 주연을 했고, 박신혜와 동갑내기 고아라는 열 세 살에 청소년 드라마 KBS <반올림> 의 주연으로 데뷔한 뒤 4년 만에 SBS <눈꽃> 의 주연으로 성장했다. 눈꽃> 반올림> 궁s> 천국의> 거침없이>
해외에서도 10대 초반의 나이에 이미 성인 연기자 이상의 대접을 받는 다코타 패닝이나 10대 시절부터 할리우드 패션리더였던 올슨 자매 등 10대들이 최고의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막 성인 이미지로 변신을 하거나 하이틴 스타로 불린 과거의 10대 스타들과 달리 성인 스타들과 당당하게 경쟁한다. 과거에는 이들을 ‘귀여운 동생’으로 받아들였던 ‘누나’와 ‘오빠’들도 이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김범의 한 팬은 “천진난만하게 연기할 때 보면 애구나 싶다가도 가끔씩 보이는 진지한 표정연기에 반하는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들의 인기는 나이에 어울리는 순수한 청소년의 모습과 어른의 성숙함을 공존시키는 묘한 매력 때문이다. 불과 10대 중반에서 많아야 스무 살인 이들은 고운 피부와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얼굴에 해맑은 미소로 이른바 ‘훈훈한’ 매력을 풍기지만, 동시에 과거보다 빠른 신체적 성장으로 다 큰 어른의 모습을 함께 표현한다.
<거침없이 하이킥> 에서 싸움 잘하는 고교생 윤호를 연기하는 정일우의 액션신이나 최근 작품 속에서 웃옷을 벗은 김범의 모습은 순식간에 캡쳐 돼 인터넷 이곳 저곳으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거침없이>
또 고아라는 한 CF에서 ‘S라인’ 몸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본 음악계에서 성공을 거둔 보아나 10대시절부터 열 살이상 차이 나는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문근영 등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 기획사나 가정의 철저한 관리로 어른 이상의 프로의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들을 그저 ‘아이’로만 볼 수 없게 하는 이유다.
물론 어린시절부터 어른들의 세계에 뛰어든 이들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또래 아이들과 멀어지는 등 10대 시절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신혜는 “연기가 좋긴 하지만 나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연예인이라고 이유없이 욕을 할 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예산업이 점점 커지고, 10대와 부모의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10대 스타의 전성시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을 일찍 데뷔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부모와 소속사의 올바른 관리를 통해 이들을 또래들이 선망할 수 있는 롤 모델로 성장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춤과 노래에 외국어까지 '미리 준비된' 10대 스타
10대 연예인 문화가 요즘처럼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HOT와 젝스키스등 10대 아이돌 그룹의 등장 이후부터. 이들이 10대의 나이에 가요계 최고의 스타로 부상하면서 시장 가능성을 발견한 연예기획사들이 본격적으로 10대 연예인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의 나이에 래퍼로 데뷔한 지 드래곤 등이 소속된 그룹 빅뱅을 발굴한 YG엔터테인먼트의 이지운 이사는 "요즘에는 어린 나이와 프로페셔널한 실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그만큼 어린 나이에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기획사에서는 춤과 노래는 물론 외국어까지 교육을 시키고, 소속 연예인들의 미니홈피나 블로그등을 관리하기도 한다. 자칫 어린 나이에 경솔한 언행으로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외모나 춤과 노래에 재능이 있으면 '얼짱'이나 '춤짱'의 별칭이 붙으며 인터넷을 통해 데뷔전부터 주목받고, 이를 본 기획사에 의해 자연스럽게 캐스팅된다. 소위 미리 준비된 10대들이 그들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기획사의 지도를 받으며 차근차근 성장하는 시스템이다. 그들에게 연예인은 단지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내야 할 '직업'인 것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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