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달리, 미로, 가우디 등 현대미술의 거인을 낳은 나라 스페인에서 한국미술 판매가 한창이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대형 박람회장 이페마(IFEMA)에서 열리고 있는 제26회 아르코 아트페어가 그 현장이다. 올해 주빈국으로 참가한 한국의 14개 화랑은 일반 관객을 입장시키는 공식 개막 전날인 14일,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열린 프리 오픈에서 반나절 만에 참가 화랑 중 절반이 작품을 팔았다.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 3점이 각각 4만2,000유로로 가장 비싼 가격에, 그 다음으로 이수경의 도자기 조각 <번역된 도자기> 가 3만8,000유로의 가격에 판매됐다. 배준성 천성명 권오상 권병현 지용호 등의 작품도 1만~2만 유로 선에 팔렸고 강형구 권기수 등의 작품도 관심을 모았다. 번역된>
외국 화랑으로는 포르투갈의 조르게 셜리 화랑이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며 숯으로 조각과 설치작업을 해온 박선근의 작품을, 미국 화랑 비트폼이 최우람과 박준범의 작품을 각각 내놓았다. 조르게 셜리 화랑은 이 가운데 박선근의 작품 3점을 모두 팔았다고 전했다.
올해 아르코에는 30개국 272개 화랑(해외 188, 스페인 84)이 참가했는데 그 중 49개는 첫 참가다. 한국은 주빈국으로서 아르코가 열리는 이페마 7관의 중심부 공간을 배정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화랑 관계자나 컬렉터들은 아르코에 대해 “마이애미, 바젤 같은 특급 아트페어는 아니지만, 꽤 수준이 높고 계속 성장 중이어서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아르코에 참가했던 가나아트갤러리의 이옥경 대표는 “규모가 커지고 수준도 높아진 것 같다”고 느낌을 전했다. 독일 화랑 헤르만&바그너의 대표 카이 바그너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라 그런지 스페인어권 화랑과 작가가 많은 편인데, 점점 국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르코는 규모 면에서 지난해 쾰른 아트페어를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바젤(스위스), 아모리, 마이애미(이상 미국), 프리즈(영국) 등 더 크고 강력한 아트페어에 비하면 아직 많이 처진다. 뉴욕이나 스위스의 특급 화랑들은 아직까지 아르코에 크게 관심을 쏟거나 적극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특급 작가의 놀랄 만큼 비싼 작품이라곤 멕시코 갤러리 힐라리온이 갖고 온, 세계에서도 가장 비싼 작가로 유명한 데미언 허스트의 대형 인체 조각 정도가 있을 뿐이고, 피카소나 달리 등 현대 거장의 고전적 작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르코는 아트페어로서 수준을 높이고 관리하는 데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아르코가 많고 많은 국제 아트페어 중에서 나름의 지위와 명성을 굳히고 발전하려는 노력은 현장에서 많이 느껴진다. 행사장인 이페마의 7관과 9관을 차지한 작품들은 동시대 미술과 신진 작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작품 수준도 고르게 높은 편이다.
게다가 아시아 시장에 접근하려는 전략에 따라 올해 한국을 주빈국으로 정한 것이나 내년 주빈국을 브라질로 정해 남미 시장을 겨눈 것은 아르코가 그만큼 국제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체계적 전략과, 최근 수년 사이 스페인 경제의 활황이 아르코 성장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주빈국으로 참가한 한국은 이 기회를 잘 살려나갈 장기적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마드리드=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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