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질서가 만개하려면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 과정이 성공하면 역사에는 변혁으로 기록될 수 있다.
주식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2년 동안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업종 대표주가 분화되고 있는 점이다. 표면적인 현상을 보면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쇠퇴하는 반면 포스코, 신세계, 삼성화재 등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과거 둘은 광의의 업종 대표주에 속했지만 성격상 차이가 있었다. 전자가 한국을 대표하지만 이익 변동성이 큰 반면, 후자는 대표성은 약해도 안정된 이익을 지니고 있었다.
두 그룹의 성격이 달라진 결과는 투자 지표로도 나타나는데 2006년 8월 이후 삼성전자 등은 주가수익률(PER)이 낮아지고 있는 반면, 포스코 등은 PER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업종 대표주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전자는 대표주 프리미엄이 약화되는 반면, 후자는 새로운 개념에 의해 프리미엄이 배가 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변화의 이면에는 주가가 이익 중 어떤 부분을 중요시 할 것인가 하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시장은 분기별 이익이라는 단기적인 부분에 집착했었다.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다 보니 투자자들이 이익 추세보다 당장의 이익 변동에 몰두한 결과다.
그러나 이제는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간의 평균 이익이 어떻게 되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삼성전자와 포스코를 비교해 봐도 둘 다 2004~2005년 사이에 이익이 정점을 기록하고 줄어들었지만 포스코는 5분기 동안 이익 감소율이 10.9%였던 반면 삼성전자는 29.6% 였다. 장기 이익 변동성 면에서 삼성전자가 포스코의 3배에 달하는 변동성을 기록한 것이 주가 약세의 원인이었다.
당분간 시장에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과거 틀 만으로는 주가를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종목별로 어느 수준이 적정하냐 하는 문제는 이번 틀의 재편이 마무리된 후에야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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