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서 빠지는 문제를 언제 검토했나요?", "…", "뒤늦게 수습 방안을 논의한건 가요?", "그렇게 봐야겠죠."
14일 오후 정부중앙청사 5층 교육인적자원부 브리핑실. 교육부 관계자가 서류 한 뭉치를 들고 나타났다. "재계 입장이 많이 반영됐다"는 이유로 노동계와 교원단체의 반발이 거센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가 전경련과 공동으로 돼 있는 저자에서 빠지게 된 경위를 묻는 질문에 짧게 답했다. 경제교과서는 교육부와 전경련이 함께 돈을 대 연구의뢰를 맡았던 한국경제교육학회에서 만든 만큼 저자는 학회로 하는 게 맞다는 얘기였다.
일면 수긍이 간다. 교과서 집필자는 학회가 분명하다. 문제는 저급한 대응 방식이다. 교육부가 '예비 경제교과서'인 보고서를 학회에서 넘겨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행정 관료와 교육 전문직들이 내용을 면밀히 검토했다. '하자 없음' 결론을 내리고 견본 70부를 인쇄했다. 불과 엿새전인 9일에는 '차세대 고교 경제교과서 모형 개발'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그런데 내용을 두고 잡음이 커지자 손을 떼겠다고 돌변했다. 저자만 바꾸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상식 밖의 선택이다.
가뜩이나 교육과정 개정 문제로 동네북 신세가 된 교육부로서는 경제교과서 파장이 큰 부담이 됐을 법 하다. 그렇더라도 본질에 대한 처방과는 거리가 먼 땜질 대응은 곤란하다.
일선 교사와 재계, 노동계가 참여해 편향성 논란이 된 부분을 다시 검증하는 게 순서다.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차세대 경제교과서는 '저자 이름 교체'가 아니라 '내용의 균형성'이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대우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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