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과 맺은 중거리 핵전력 감축 협정(INF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발루예프스키 러시아 총참모장은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 방어체제(MD)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계획이 철회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중거리 미사일을 금지하는 INF 협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연일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INF 협정은 더 이상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1987년 구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총령과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맺은 INF 협정은 당시 냉전을 종식시킬 수 있는 돌파구로 환영받았다. 이 협정에 따라 구 소련이 사정거리 500㎞에서 5,500㎞까지의 중거리 미사일 1,850기를, 미국은 850기를 폐기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뮌헨 국제안보회의에서 “INF 협정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많은 국가가 러시아와 미국이 폐기한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루예프스키 총참모장도 이날 “이미 많은 국가들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협정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거들었다.
최신 토폴-M 대륙간 탄도 미사일 제조를 준비 중인 미사일 제조업체 관계자는 “크레믈린이 결정을 내리는 대로 중거리 미사일 생산을 재개할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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