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공화당 인사답지 않은 상대적 진보노선, 불미스러운 두 차례의 이혼경력 등 때문에 계속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줄리아니 전시장의 약점은 14년전 1993년 뉴욕시장 선거 당시 참모들에 의해 작성된 선거전략 보고서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13일자 워싱턴포스트, 뉴욕데일리 등은 이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면서 “참모들이 줄리아니의 취약점 가운데서도 ‘괴짜 요소’를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9ㆍ11테러 사건때 현장을 누비며 인상적인 지도력을 발휘했던 줄리아니 전시장의 모습은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
450쪽 분량의 ‘취약점 대책 보고서’에는 줄리아니가 특히 그의 6촌 여동생과의 첫번째 결혼을 “로마가톨릭 교회로부터 결혼을 인가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로 14년만에 파경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줄리아니는 여배우와의 두번째 결혼도 결국‘바람을 피우다’가 온전하게 지켜내지 못했다. 보고서는 “줄리아니가 자신의 복잡한 사생활을 모순되게 해명하기 때문에 과연 건전한 판단력을 가졌는지 조차 의심 받고 있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그러나 “결혼 생활의 충실성 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 수치스런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며 일축해야 한다”는 처방까지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낙태나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그의 지지가 보수 유권자들을 떠나가게 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그는 너무 진보적이어서 공화당과는 맞지 않는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또 과거 민주당원이었기 때문에 정치 철새로 비쳐질 수 있는 반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엔 법무부 차관을 지낸 전력이 있어 진보세력으로부터‘레이건의 한패’로 비하되는 등 양쪽의 협공을 받는 처지다. 줄리아니가 베트남전 당시 한 연방 판사의 서기로 일하면서 판사가 써준 편지 때문에 징병유예 조치를 받은 점, 즉 병역기피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점도 약점이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줄리아니의 선임 참모인 토니 카보네티는 “줄리아니는 뉴욕시를 다시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었다”면서 “보고서는 그가 뉴욕 시장으로서 범죄를 줄이고 복지 수당을 늘린 치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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