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경기 수원시에 있는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자혜학교가 개교 34년 만에 첫 대학생을 배출하는 경사를 맞았다. 14일 동급생 6명과 함께 이 학교를 졸업한 김유진(18ㆍ정신지체 3급)군은 지난달 말 경기 평택에 있는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틈날 때마다 블로그를 꾸미고 자료조사를 할 정도로 컴퓨터를 좋아하는 김군은 장애인 정보검색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경력을 인정받아 이 대학 컴퓨터영상디자인과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담임 조귀영(55ㆍ여) 교사는 “유진이는 수 인지능력은 좀 떨어지지만 독서량이 많고 특히 동서양사에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노력하는 아이여서 대학에서도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군은 화성시 우정읍 조암리 집에서 학교까지 40㎞ 가까운 길을 버스 세 번을 갈아타고 통학하면서도 한 번도 등교를 거르지 않아 졸업식에서 유일하게 3년 개근상과 경기도교육감상을 받기도 했다. 김군의 외할머니 허청자(65)씨는 “기쁘지만 특수학교에서 보호를 받으며 생활한 유진이에게 대학 진학은 일종의 모험이라 걱정도 앞선다”면서 “대학 진학이 유진이의 삶이 한 단계 전진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안학교 교사인 어머니(40), 외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김군은 “많이 긴장되지만 대학에서 공부를 잘 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대학 졸업 후 취업해서 혼자 힘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