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메카' 백화점이 '맛집의 메카'로도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아직도 백화점 식당가를 쇼핑으로 지친 다리를 잠시 쉬게 하면서, 간단히 한 끼 때우는 곳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면 시대착오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의 전문식당가에는 요즘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집들, 특히 강남에서 인정받은 유명 음식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백화점들이 최근 몇 년새 리뉴얼 공사를 할 때마다 고객 끌기의 미끼로, 경쟁적으로 외부의 소문난 음식점들을 유치하며 식당가의 고급화를 꾀한 덕분이다. 점심이나 저녁시간때면 쇼핑백 하나 손에 들지 않고도 백화점 전문식당가로 직행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동 본점에 있는 퓨전국수 전문점 '호면당'과 이탈리아가정식 레스토랑 '일 치프리아니'는 각각 강남 청담동과 논현동에 본점을 두고 있는 곳이다.
현대백화점 본점이 2004년 식당가를 재단장하면서 '오래된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고 젊은 쇼핑객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당시 젊은 층에 소문이 퍼져 있는 음식점을 물색한 끝에 유치한 음식점들이다.
'호면당'은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웰빙 컨셉트로, 젊은이들 사이에선 한번쯤 들러야 할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현대백화점 본점에 앞서 목동점이 문을 열었고, 홍대 분당 명동에도 매장이 있다.
봉골레스파게티나 시푸드리조토 등 파스타와 스테이크류가 대표 메뉴인 '일 치프리아니'는 신세계 본점에도 진출해 있다. 남양유업이 운영하는데, 이탈리아 음식을 하면서도 양식기 대신 국내 유명 도예가의 작품을 그릇으로 사용하는 등 음식 맛은 물론 음식점 분위기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이 2004년 식당가를 재단장하면서 선보인 퓨전국수 전문점 '오들스'는 20~30대 여성들의 입소문을 타는 맛집이다. 미국 뉴욕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윤정수씨가 메뉴컨설팅을 했는데, 기존 매장은 없었지만 인기를 끌면서 신세계 본점에도 들어왔다.
신세계 강남점에는 국내 퓨전레스토랑의 효시로 꼽히는 청담동의 '시안'이 메뉴를 간소화하고 가격대도 보다 저렴하게 한 '리틀 시안'이 입점해있고, 2005년 전문식당가를 개편한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회전초밥 전문점의 붐을 일으킨 '스시히로바'가 자리잡고 있다.
명동과 압구정동 등에서 맛있는 돈가스를 맛볼 수 있는 가게로 소문난 사보텐은 신세계 강남점과 본점, 현대 무역센터점 미아점 천호점 등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유행을 타지 않고 강남에서 오랜 세월 지명을 쌓아온 고급 한식, 일식 음식점도 백화점들의 구애에 응하고 있다. 갈비 불고기 국수전골 등을 판매하는 정통 한식점 '한우리'는 25년 넘게 논현동에 본점을 두고, 강남 주부들의 친목모임이나 가족 단위 외식 명소로 인기를 끌어온 곳.
롯데 본점과 잠실점에 지점을 냈고, 신세계 강남점에도 문을 열고 있다. 롯데 본점에도 평일이면 친목모임을 갖는 중장년 주부들로 성황을 이룬다. 강남 신사동에서 엄선된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소문난 정통 일식 '와라이'는 신세계 본점에 분점을 냈다.
소문난 맛집을 한데 모아놓은 백화점 전문식당가는 허기진 쇼핑객을 물론이고 발품 팔기 귀찮은 식도락가에게 적격. 하지만 음식점 고유의 분위기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미 경쟁력이 입증된 음식점들을 유치해 맛의 명소로 떠오름으로써 더 많은 백화점 방문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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