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Shut down) 대상에 핵 실험장을 꼭 넣어야 한다(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북한에 있는 핵 실험장을 다 아냐(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모른다(힐 차관보).” “수십 개인지, 수백 개인지도 모르는 핵 실험장을 폐쇄 대상에 넣으면 신고ㆍ감시가 제대로 안 되고, 상응조치만 많이 해야 한다. 실익이 없다(천 본부장).”
지난해 12월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를 앞두고 11월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 미국 일본 3국 수석대표회의의 모습이다.
힐 차관보는 이달 초 사임한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ㆍ비확산 담당 차관의 주장으로 12월 6자회담과 지난달 북한과의 베를린 회동에서 북측에 핵 실험장 폐쇄를 요구했지만 이번 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는 이를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에서 핵 실험장 폐쇄 요구는 실익이 없다는 우리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핵 실험장 폐쇄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의 전 단계로 ‘추가 핵실험 방지’와 ‘위험한 핵 능력 제거’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꼭 필요한 조치다. 문제는 천 본부장의 지적대로 실체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고농축 우라늄 개발프로그램(HEU)도 마찬가지다. 제네바합의가 깨지게 된 원인이기도 한 HEU는 2002년 10월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부상이 제임스 켈리 대북특사에게 시인했다가 이후 문제가 확산되자 이를 부인해 왔다.
우라늄 원자폭탄은 플루토늄 원폭과 달리 핵실험이 필요 없고 운반도 용이하다. 또 원자로 등 대형설비가 필요한 플루토늄 생산방식과 달리 소규모 제조시설이면 제작이 가능하고 분산배치도 할 수 있다. 찾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2ㆍ13합의는 초기조치 가운데 하나로 모든 핵 프로그램 목록을 협의하고 다음 단계에서 목록을 신고토록 했기 때문에 한미는 북측에 핵 실험장과 HEU신고를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특히 HEU의 경우 한미가 북측의 개발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어 북측의 HEU 목록제출 여부가 성실신고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측은 “미측이 HEU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합의 후 30일 내 개최되는 비핵화 워킹그룹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될 전망된다.
핵무기도 비슷한 차원에서 난제로 꼽힌다. 플루토늄 추출량으로 볼 때 북한은 1~1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핵무기를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이 핵무기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개발 프로그램 신고 리스트에서 제외돼 있다.
한미가 2ㆍ13합의 중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를 근거로 핵무기 현황 및 제조공장, 원천기술의 신고를 요구하더라도 북측이 “IAEA 리스트에도 빠져 있는 핵무기 신고를 왜 요구하는가”라고 버틸 수 있다.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논의하게 될 내달 19일 차기회담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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