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KOSPI)가 사흘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5월11일 기록한 역사적 최고점(1,464.70)을 불과 20포인트 남겨 놓았다. 전일 미국 증시가 이른바 ‘버냉키 효과’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을 받았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발언했던 게 미국 증시 급등의 배경이다.
하지만 이런 국내외 증시의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국내 코스닥시장의 상황은 딴판이다. 기관투자자의 외면, 코스피시장의 정보기술(IT)주 약세 등으로 사상 최고치 돌파까지는 머나먼 길이 될 전망이다.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말 606.15에서 15일 604.17로 올들어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고점 760에는 훨씬 못 미치는 지수다. 이에 반해 코스피는 최근 상승폭에서 코스닥시장을 따돌리면서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리고 있다.
코스닥시장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기관의 공격적인 매도. 기관은 올들어 코스닥시장에서 매수우위를 보인 날이 고작 4일에 불과하다. 올들어 14일까지 기관의 코스닥시장 누적 순매도 규모는 3,789억원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2,495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 매수 종목은 코스닥시장의 일부 우량종목에 국한돼 있다.
기관 중 매도세를 주도한 곳은 투신권으로 올들어 2,954억원 어치를 내다팔았다. 코스피시장은 이 달 들어 연기금이 대거 주식을 사들이면서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연기금마저 매도우위를 보이며 기관의 순매도 규모가 연일 불어나고 있다.
현재 시장은 2005년 하반기 상승장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2005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급등장에서 코스닥시장은 코스피시장에 비해 월등한 탄력을 바탕으로 기관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 이후 전기전자업종이 주춤하고 금융주 등 다른 업종이 장을 주도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정보기술(IT) 관련 종목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코스닥시장으로 매기가 쏠리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또 연초부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급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관이 코스닥 비중을 자연스럽게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지수는 올라도 코스닥시장의 매매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재미를 보기 힘든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점은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서 꾸준히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코스닥종목은 NHN LG텔레콤 CJ홈쇼핑 평산 등의 순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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