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공부는 안하고 TV 앞에 앉아 있는다. 프리미어리그 때문이다. 아내는 늘 내게 말한다. 한국 소설의 위기는 다 프리미어리그 때문이라고. 아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TV를 통해 먼 이국 땅의 축구시합을 시청한다.
그러면 새벽 3시가 훌쩍 넘는다. 늦은 시간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K리그 걱정을 한다. 대부분의 K리그 축구 팀들은 지금 전지훈련 중이다. 터키도 가고, 일본에도 가 있다. 나름대로 돈은 많이 쓴다.
한데, 그 돈들이 축구를 통해 벌어들인 돈들은 아니다. 모두 모 기업의 홍보비다. 홍보비로 축구를 하는 선수들은 마치 뛰어다니는 간판과도 같다(아, 그러니 유니폼이 다 그 모양인 것이다). 간판은 상호명만 잘 보이면 된다. 축구를 잘 하든 못하든, 상관없다. 걸어다니는 것이 TV화면에 더 잘 잡히니, 뛰지도 않는다. 안 뛴다고 퇴출을 당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관중이 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구단들은 그걸 잘 모르는 모양이다. 스페인의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는 가슴에 유니세프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 유니폼을 볼 때마다, 나는 늘 부끄러움을 느꼈고, 해서 그 팀의 팬이 되었다. 부끄러움은 곧장 애정이 된다. 반대로 K리그는 선수들만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형국이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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