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베르테르 효과와 대중매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베르테르 효과와 대중매체

입력
2007.02.14 23:39
0 0

며칠 전 한 여성 연예인이 자살을 하였다. 많은 언론매체는 이 소식을 앞다투어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얼마나 삶이 힘들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이 사건으로 인한 제 2 또는 제 3의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사건의 보도 직후, 여자 친구와 다툰 한 남학생이 자살을 하였다. 이 남학생은 자살을 하기 전, 여성 연예인의 자살 관련 기사를 탐독하였으며, 여성 연예인이 사용한 동일한 방법으로 자살을 한 것으로 나타나 더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실 연예인이나 유명인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자살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으며,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후에는 이를 모방한 또 다른 자살 사건이 있어 왔다. 왜 이러한 모방 자살(베르테르 효과 또는 카피캣ㆍcopycat 효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제 자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인지적으로 혼란을 겪으며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타인의 자살 소식은 자신의 자살 생각을 강화시키며 자살 시도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행동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대중매체에서 자살 사건을 중요하고 상세한 기사로 다룰수록 이러한 효과는 더 커진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비록 자살에 관한 사실적인 기사에 비해 그 영향력은 떨어지지만, 자살에 관한 가상적인 이야기도 자살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살의 한 방법으로 질식사를 제안한 책 <마지막 출구> 가 발간된 해에 미국 뉴욕에서 질식에 의한 자살은 313%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자살 사건 중 27%의 경우에 자살 장소에서 그 책이 발견되었다. TV 또는 신문 등과 같은 매체를 통한 자살에 관한 보도의 영향은 인지적으로 덜 성숙된 청소년에게 더욱 민감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사실들은 자살 사건에 대해 언론이 어떠한 보도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함의를 제공한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의 국가는 자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지침을 마련하여 후속적인 모방 자살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자살 사건을 1면 머릿기사로 다루지 말고, 자살 방법을 상세하게 묘사하지 말고, 연예인이나 유명인사 등 특히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의 자살 사건을 흥미위주로 다루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개인의 자살로 인해 가족이나 주변에서 겪게 되는 상실감, 슬픔, 고통 등과 같은 부정적 결과와 함께 자살 생각이나 충동을 느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등에 관한 정보를 기사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언론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였는지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개인에 따라 그 영향력은 상이하기 때문에 언론만을 탓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공익을 생각하는 언론의 자세는 자살 특히 모방 자살을 억제할 수 있는 중요한 한 부분임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임영식ㆍ중앙대 청소년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