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정 위원장.”, “부총리도 여전하시네요.”
14일 오후 3시께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교육부총리실. 김신일 부총리와 정진화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이 덕담을 겸해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지난해 12월5일 당선된 정 위원장이 김 부총리를 만나기는 처음이다. 당초 지난달 30일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정 위원장이 돌연 연기를 요청했었다.
두 사람은 사제간이다. 김 부총리는 서울대 사대 교육학과 시절 학부생이던 정 위원장을 가르쳤다. 정 위원장은 교사 시절에도 ‘김 교수’를 찾아 각종 교육관련 조언을 구했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이 때문에 교육계는 이들의 만남에 잔뜩 관심을 기울였다. ‘사제의 연’이 꼬일대로 꼬인 현안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양측 관계자들이 배석해 2시간 가까이 간담회가 이어졌으나 첨예한 의견 대립만 확인했을 뿐이다.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 양극화 해소가 유일하게 인식을 함께 한 부분이었다. 정 위원장은 연가(연차휴가)투쟁 참여 교사 징계 문제를 도마에 올리고 김 부총리의 ‘결단’을 요구했다. 수업 결손없이 정당하게 연가를 낸 것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며, 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 위원장은 “징계 교사들을 강제 전보시키려는 움직임은 직권남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원능력개발평가제(교원평가제) 전면 시행에 앞서 3월부터 운영할 500곳의 선도학교 지정도 교사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 부총리는 ‘제자의 간곡한 부탁’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연가투쟁은 불법이어서 참여 교사들에게 징계를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논리로 정 위원장을 몰아붙였다. 교원능력개발평가제는 대다수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고 있는 만큼 차질없이 시행하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회동을 지켜본 교육부 관계자는 “전교조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한 자리였다”고 씁쓸해 했다. 전교조측도 “의미 없는 만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래저래 교육부와 전교조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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