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핵심부품의 자사 생산주의’를 포기하면서까지 반도체 설비투자를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을 밝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니 경영전략의 일대 전환은 물론, 일본 반도체업계의 새로운 재편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니는 2007년도부터 3년간 반도체 설비투자를 2006년까지의 3년간 투자(4,600억엔)보다 30% 이상 축소할 계획이라고 14일 발표했다.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3’(PS3) 등에 사용되는 45나노미터 반도체의 생산을 타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설비투자를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위탁업체로는 45나노미터 반도체의 양산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는 도시바(東芝)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PS3의 차세대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사업의 수익악화를 초래한 ‘주범’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소니의 2006년도 반도체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57% 증가한 7,700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 반도체의 개발에 약 5,000억엔의 자금이 투입됐고, 계속해서 이를 생산할 경우 3,000억엔 이상의 설비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니의 조치는 크게 두가지 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우선 핵심부품의 자사생산과 ‘독자규격’의 고수에 집착해 온 소니의 경영방침이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소니의 자사생산주의의 전환은 다른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반도체 업계의 재편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본의 반도체사업은 대부분 대형 가전회사의 일개 사업부서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국제수준에 비해 매출과 수익 등의 규모가 적다.
이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첨단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니 같은 거대기업 마저 개발비 부담으로 자사생산을 포기했다는 사실은 다른 일본 업체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반도체 업체들간 합종연횡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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