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베이징 6자회담에서의 ‘2ㆍ13 합의’에 대해 자화자찬성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론 이번 합의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합의의 ‘불완전성’에 대해 공화당 강경파 뿐만 아니라 민주당 진영으로부터도 제기되고 있는 비판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후속 협상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 타결에 즈음한 성명을 통해 “기쁘다”면서 “(이번 합의는 미국이) 외교력을 십분 발휘해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가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훌륭한 합의’가 이뤄져 향후 협상의 동력을 마련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는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의 획기적 합의는 북한이 핵무기고를 폐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증표”라고 한껏 추켜세웠다.
그러나 미국의 고민은 부시 대통령이 “6자회담 참여국들은 북한에 에너지 및 경제ㆍ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면서도 “이들의 지원은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 약속을 이행할 때 제공될 것”이라고 말한 데 잘 드러난다.
30일 이내에 개최될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에서 핵시설 불능화 조치의 구체적 시기와 방법, 검증 등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번 합의가 다시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우려를 감안한 발언이다.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중유 5만톤 상당과 맞바꾸기로 한 핵시설 폐쇄 및 봉인 단계를 넘어 불능화 단계에 대한 일정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추가적 보장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상정하고 있는 성패의 관건은 핵시설 폐쇄가 이뤄진 60일 이후에 얼마나 빨리 불능화 단계로 넘어가느냐에 달려 있는 상황인 것이다.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 회의에서 다뤄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및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종료 사안에 있어서도 미국은 상당한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ㆍ13 합의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지 구체적 약속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30일 이내에 해결하기로 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관련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한 요구수위를 또 다른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도 미국이 다시 꺼내 들 수 있는 압박 무기에 해당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여기까지 오는 데도 대북 압박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압박수단을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상태를 ‘대기’시켜 놓으면서 대북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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