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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고수’들의 신명나는 한판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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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고수’들의 신명나는 한판 어울림

입력
2007.02.1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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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잠실의 한 무용 연습실에서는 발레리나 김주원(국립발레단)과 한국무용가 조재혁(국립무용단), 현대무용가 이윤경(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교수)과 이영일(MF댄스컴퍼니 대표)이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각기 다른 춤을 보여주는 갈라 공연을 위한 연습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22~24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 올려지는 춤음악극 <思悼-사도세자 이야기> 에 출연한다. 다른 단체에 소속된 무용수들간의 작업이기에 연습은 해가 질 때쯤 시작돼 희뿌연 새벽에야 끝난다.

한국무용가인 국수호 디딤무용단 단장이 대본과 안무를 맡은 이 작품은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의 마지막 8일을 그리고 있다.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 사이의 애증, 혜경궁 홍씨와 사도세자의 사랑이 복합적으로 표현된다.

이질적인 무용수들을 한 데 모아놓은 것에 대해 국 단장은 “발레와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따로 놓지않고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무용수들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이 춤은 동양도, 서양의 것도 아닌 현재의 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장르에 관계없이 눈여겨봐왔던 무용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특히 김주원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아트 프런티어 공연이 불과 일주일 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승낙했을 만큼 새로운 도전에 의욕을 보였다.

무용수들이 갖고 있는 춤의 성격이 다르다 보니 같은 춤도 다르게 나타난다. 김주원의 혜경궁 홍씨가 연약하면서도 끈질긴 선을 갖고 있다면, 이윤경은 내면의 표현을 극대화해 강한 혜경궁 홍씨를 보여준다. 조재혁의 사도세자는 동양적이고 섬세한 데 비해 허영일의 사도세자는 파워풀하다.

한국무용가와의 작업이 처음인 김주원은 자신의 춤을 놓고 “너무 발레 같지 않냐”며 걱정하기도 하지만, 국 단장은 “갖고 있는 느낌을 그대로 살리라”고 강조한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가 추는 사랑의 2인무 장면에서는 김주원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고, 남편의 죽음 앞에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이윤경의 깊이가 돋보인다는 것이 스태프들의 귀띔.

이번 공연에서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음악이 춤과 같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는 4명의 무용수 외에 피아노 연주자 2명과 바이올리니스트, 뮤지컬 가수가 함께 선다. 1대의 피아노는 사도세자를 표현하고, 또 다른 1대의 피아노는 혜경궁 홍씨(고음), 정조(중음), 영조(저음)의 심리를 나타낸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홍동기가 음악을 만들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사도세자가 죽음을 맞는 마지막 장면. 죽음 앞에 처절하게 몸부림치던 사도세자는 뒤주를 형상화한 거대한 수조 속에서 숨을 거두고, 알몸으로 수조를 벗어나 계단을 올라간다. 인간의 허물을 벗은 사도세자가 천상을 향해 가는 뒷모습을 통해 평온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 안무가의 설명이다.

국 단장은 “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온갖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아버지의 권력욕 때문에 죽어간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화두로 던지고 싶었다”면서 “외국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02)539-2764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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